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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칼럼] ​ 북·러 밀착에 중동 전쟁…한·중 관계의 실용적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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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전 세계적인 복합위기에 신음하는 지구촌이 또 강력한 악재를 만났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포 공격으로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포럼에서 강력한 대미 연대를 과시하면서 충돌의 책임을 미국의 중동 정책 탓으로 돌리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9월 13일,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간의 이상한 거래를 앞세운 북·러 밀착이 북·중·러 대 한·미·일 공조의 대립 구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팽배한 상황이다. 이는 북핵 위협과 경제 안보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러 밀착이 가져올 파장이 심상치 않다. 북·러 정상회담 성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에 고전하면서 고갈된 탄약과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으려는 러시아와, 경제난 타개를 위한 에너지 지원 확보는 물론 첨단 군사 기술을 갈구하는 북한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이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포탄과 로켓 기술 거래는 물론 식량 지원, 에너지 지원 및 외교·경제·군사 부문의 모든 협력 체계를 논의했을 것이 분명하며, 푸틴은 북한의 군사 기술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북·러 동맹 구축 시도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심화시킬 분명한 위험 신호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물론 남·북 및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대립과 중·미 관계의 향후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북한은 자신들이 러시아라는 다른 선택권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출하면서 북·러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자극하여 강력한 북·중·러 연대 구축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의 북핵·미사일 제재 무력화의 최대 버팀목인 중·러 사이에서 중간자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핵·미사일 보유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북·러 군사동맹 강화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에서의 억지력을 키우려는 미국의 노력을 분산시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공산이 크며, 북한 체제가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나 미국으로부터의 안전판 확보를 위한 노력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데 있다. 만일 그렇다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미궁에 빠진 북핵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중국이 북·러 밀착을 나서서 반대할 상황은 아니며 국제적 기피 국가인 북·러와 한배를 탈 필요는 없어 보이기는 한다. 더욱이 북·러와 3자 공동 전선을 구축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으며, 유럽이나 중립적 위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원하는 군사적 북·중·러 연대와는 차별적일 것이다. 중국이 군사 협력에 동참하게 되면 북핵 위기 고도화 원인으로 강조하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명분도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력적 북·중·러 관계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므로 중·러 관계나 중·북 관계 등 양자관계를 통한 비군사적 협력 연대로 3자 구도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삼각공조의 안정성이 북·러와 중국의 선택적 균열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중동을 강타한 이·팔 전쟁의 재점화는 중동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다시 한번 한계에 봉착시켰고 그 파장도 전 지구적이다. 하마스의 의도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수교를 막아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를 앞세운 중동정세를 다시 ‘반이스라엘 이슬람국가 총공세’ 대결 구도로 돌려놓으려는데 있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하마스의 의도에 동조할 가능성은 낮지만 혼란은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중·러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결 구도도 형성됐다. 중·러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사태 해결의 본질이라는 ‘두 개의 국가론’을 내세우며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팔 충돌의 확전은 미국의 지원과 주의를 분산시켜 러시아가 러·우 전쟁의 우위를 점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고, 중국은 양안 관계와 대만해협 문제에서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동 긴장은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미 러·우 전쟁의 여파로 인한 유가 급등이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가운데 산유국들까지 개입하게 되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동 긴장이 초래하는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하고, 고환율·고금리 압력을 높여 이미 불확실성에 노출된 세계 경제를 더 큰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확전을 막아야 하는 국제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국 경제의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다. 네옴 시티 건설 등 중동 지역 해외 건설 수주에 매진하는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며, 국내외 경제 활동 전반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가 및 원자재 인상은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에 타격을 입히고, 주요국의 긴축 강화로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국내 증시나 금융시장도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적 불확실성을 이용한 북한의 오판을 저지하고, 중·러의 대미 연대에 바탕을 둔 맹목적인 ‘북한 감싸기’의 억제다. 특히 러시아의 북한 지원이 사실상 한국에 대한 간접적 공격인 상황에서 중국의 이성적 역할이 중요하다. 한·중 양국은 서로 양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핵심 이슈인 북핵 해법 등에서는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양국은 장기적 전략 이슈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실체 없는 냉전 구도의 출현은 서로에게 유리할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양국의 입장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혼재하는 것은 미래 한반도 권력 지형에 대한 양측의 전략적 불신이 뿌리 깊게 내재해있기 있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은 작년 11월 정상회담 이후 상호 교류와 대화·협력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올 초부터 외교부 간 국장급 대화와 차관급, 장관 대화를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세안 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리창(李强) 중국 총리를,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한덕수 총리를 만나면서 상호 교류의 공감대를 더욱 증대시켰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면 동북아 협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의 여파와 이·팔 전쟁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한·중 양국은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상호 설명과 설득을 통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 대한 우려를 우선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적 거대 담론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양자 간의 실질적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실용적 접근이 우선이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대 교수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CP-2023-007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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