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7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주년이다. 이 회장의 지난 1년은 크게 △기술투자 △동행 △인재양성 △민간외교관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기술투자에 속도를 냈고,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 산업계 인재양성에 공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최대 강점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고, 해외 사업장을 돌며 미래 전략 구성에 매진해 왔다.
이 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주력 사업을 직접 챙기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삼성전자 천안·온양 사업장, 구미 스마트시티, 화성 반도체 연구소, 삼성SDI 수원 사업장 등을 방문하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한파로 경쟁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오히려 확대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급감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는 15.2%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시설 투자도 같은 기간 대비 18% 늘려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인 14조5000억원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삼성은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입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바이오 분야에도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강조하고 있다. 취임 후 첫 공식 현장 행보로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선택한 데 이어 부산 ‘동아플레이팅’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과 연계된 지역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이 회장의 잇따른 현장 경영 이후 삼성은 지난 5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의 연장선에서,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해 6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 및 고도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생 노력은 이 회장의 ‘동행’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앞선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미래동행’ 철학을 강조한 바 있다.
인재양성 부분에서도 이 회장의 통 큰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신입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기업이다. 대규모 인재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이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그간 우수한 기술 인재 육성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밝혀왔다. 2021년 이 회장은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회장 취임 후에는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젊은 기술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고 격려했다.
삼성은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 CSR 비전 아래 인재육성 지원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C랩 인사이드·아웃사이드 등을 통해 청소년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전문가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하는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일본·미국·프랑스·베트남에서 각종 투자 협력이 성사되는 데 일조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한국을 찾은 해외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도 잇따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주말 삼성과 협력하는 일본 부품·소재 기업과의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를 직접 주재하며 미래 협력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은 LJF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내의 반도체·휴대폰·TV·가전 등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들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취임 전부터 실질적인 삼성의 경영을 맡아온 만큼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며 “글로벌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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