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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장기금리 급등에 韓가계부채 리스크 확대…묘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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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주변국의 은행채, 대출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는데,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도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학계에서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금이라도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부진한 성장률과 내수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美국채금리 상승에 시장 충격…’장기화’ 전망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5%대에 진입하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하락 전환했지만, 22일(현지시간) 기준 여전히 4.94%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미국의 이같은 고금리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 상황과 고질적인 재정 적자 구조 등이 주요 원인인데, 이 문제들은 단기간에 없어지거나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장기화 가능성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최근 장기 금리 상승 원인에 대해 “분명한 것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나 단기적인 통화정책 조치 때문은 아니다”며 “장기 채권 보유에 대한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에 주로 기인하고, 구체적으로는 견조한 경제 여건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물에 대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장기금리 상승 요인 중 일부는 단기적이고 일부는 장기적”이라면서도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나 채권-주식 간 상관관계 변화는 장기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후 변화, 복지 등으로 미국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계속 더 많은 보상(금리)을 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Fed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에도 미국의 고용과 내수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시장에선 Fed의 이번 긴축 사이클이 끝나면 미국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더 올라가고, 이는 Fed가 고금리를 상당 기간 이어가는 원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가 꺾이려면 먼저 경제 침체 조짐이 지표상에 명확히 나타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韓금리도 따라 오를 듯…가계부채 리스크 확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고, 그럼 다른 국가들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어 글로벌 국채, 회사채 금리가 따라 오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를 넘어섰는데, 이번 미 국채금리 상승 영향으로 앞으로 8% 이상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 큰 리스크 요인이다. 한은은 최근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 금리와 한국 국고채 금리 동조화 현상이 크게 약화됐다고 밝혔지만 이는 주로 단기물 금리에 해당하고, 장기물 금리는 여전히 동조성이 높다.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 계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 민간 소비가 위축될 뿐 아니라, 비금융권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학계서도 “금리인상 필요”…한은은 부정적

이에 학계에서도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서울대 경제연구소인 ‘분배정의연구센터’ 주최로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경제와 정의 포럼’에서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의 사례를 보면 장기간 지속된 부채 증가는 결국 문제가 된다”며 “한국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해야 하는데 결국은 금리인상 밖에 답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금리인상 시기에 한은이 낮은 금리로 절묘하게 잘 버티고 있다”면서도 “제가 한은 총재라면 금리를 올리고 싶을 것 같다. 디레버리징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인상은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송수영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태에서 그렇게 하면 경제가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를 금리로 대응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정하려면 (금리를) 엄청나게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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