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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우디 대규모 방산 계약 임박… ‘중동=건설’ 깬 尹 세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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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대공 방어체계,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수출 계약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사우디 측의 국가 안보상, 세부적인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겠지만 양국 협력 분야를 총망라해 나올 ‘한-사우디 공동성명’에는 이같은 ‘안보 협력’ 원칙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2일(현지시간) 리야드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방위사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양국 간 이같은 방산 협력 프로그램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차장은 양국 간 방산 협력을 ‘일회성 협력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방산 수출 성과를 한층 확대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우리 방산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측과 다져온 국방·방산 협력 기반… 세계 각지서 韓 무기 체계 수요 늘어날 전망

그동안 윤 대통령은 사우디 측과 국방·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국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 당시부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방산 협력 논의를 이어왔다. 당시 사우디 측에서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희망했다.

지난 3월에는 윤 대통령이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과 만나 국방·방산협력 강화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가 추진하는 국방 혁신에 공감을 표하면서 “양국이 국방 혁신의 경험과 비전을 공유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사우디와 방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앞두고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칼레드 빈 후세인 알 비야리 국방부 정무차관을 만나 양국 간 국방·방산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신 장관은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에 전시된 다양한 국산 무기체계를 설명했고 알 비야리 차관은 “국방 분야에서 군 고위인사 상호방문과 연합훈련, 교리 분야 등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답했다.

사우디 측은 고성능, 가성비, 신속한 납품 등 K-방산이 갖춘 방산 체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김 차장 역시 “우리의 우수한 방산 기술이 적용된 무기 체계가 사우디의 국방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만간 성사될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동 사태 등 사우디 주변에 위협 요인들이 있는 탓에 우리와 계약할 무기 체계와 규모가 공개될 경우, 주변국들이 이를 추적할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매 계약이) 성사 단계에 와 있고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이번 계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중동은 물론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우리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ADEX에 직접 참석, 57개국 정부대표단에 “우리 정부는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방산의 성장 경험을 우방국들과 공유하며 방산 안보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이어진 ‘중동=건설’ 방정식… 첨단산업 파트너로 진화, 수소 분야 협력 강화 눈길

대통령실은 이같은 방산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한국과 사우디 간 경제 협력 체계 확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중동=건설’에만 묶였던 경제 협력 체계가 재편된 것으로 윤 대통령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의 파트너로서,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 등의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 등을 계기로 양국 간 총 60여개의 문건 체결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최소 156억달러(한화 21조1000억원)를 넘는 계약 및 MOU(양해각서)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해 체결한 290억달러(한화 39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MOU와는 별개다. 불과 1년도 안 돼 양국은 총 446억달러(한화 60조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 협력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계기로 양국 기업·기관은 이미 총 46건의 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 분야별로는 ▲ 에너지·전력 분야 7건(계약 2건·MOU 5건) ▲ 인프라·플랜트 8건(계약 1건·MOU 7건) ▲ 첨단산업·제조업(전기차 등) 19건(계약 2건·MOU 17건) ▲ 신산업 10건(계약 1건·MOU 9건) ▲ 금융 협력 등 기타 MOU 2건 등이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계약·MOU의 후속 조치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290억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OU가 법적 구속력 없이 ‘선언적 의미’만 갖고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난 대목이다.

이번 회담 기간에 한-사우디 양국은 정무, 경제, 사회, 문화, 국제사회 등 양국 협력 분야를 총망라해 협력 선언 방향을 담은 한-사우디 공동 성명도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문안을 조율 중으로 경제 협력뿐 아니라 안보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일쯤 경제 일정이 마무리되면 모든 성과를 총정리해서 발표될 양국의 공동 성명 문안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 같은 것들이 적시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사우디 일간지 알 리야드와 서면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안보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회담은 양국이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함께 기여할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사우디가 국제무대에서 핵 비확산에 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개발을 차단하는데 있어서 사우디와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중동 사태와 관련, 전쟁 악화 가능성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여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우선 기존의 국제 법규와 법령을 최대한 강조하고 촉구하는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인도적인 현안에서부터 지원과 기여 방안을 검토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군사적·정치적·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특정한 입장을 가질 만한 단계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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