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탱크에 앉아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현재까지 국경 간 총격전을 벌이면서 분쟁 격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역내 국가들이 가세하는 신(新)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세력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사실상 ‘다면전’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전쟁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은 이란 개입과 역내 미군 공격에 대응해 중동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 확전 대비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양측의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까지 확대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국경에 주둔한 군을 방문해 “헤즈볼라가 참전할 경우 헤즈볼라와 레바논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 인근에 위치한 자국 14개 마을에 대한 추가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지난 16일 레바논 국경 근처 2㎞ 이내에 사는 28개 마을 주민들의 대피 계획를 이미 가동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헤즈볼라와의 충돌로 현재까지 최소 5명의 군인과 1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헤즈볼라는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
시리아 접경지에서도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시리아는 이날 자국 수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의 국제공항 2곳이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받아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날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 사원을 공습해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의 테러분자들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서안을 공습한 것은 2000년 이후 20여년만에 처음이다.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 개입을 경계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자 이란 역시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날레디 판도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가자지구에서 반인륜 범죄와 대량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라고 벌어질 수 있으며 중동은 통제불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확전은 원치 않는다면서도 이번 분쟁이 중동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잠재적인 갈등 격화를 우려한다”면서 “사실상 우리는 역내 미군 및 미국인에 대한 공격의 심각한 격화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권리를 지니고 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전날 오스틴 장관은 중동 확전에 대비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추가 병력 배치가 “갈등을 확대하고자 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전쟁을 확대하려는 것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냐’는 질문에 “우려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우리는 효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을 지키고,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확전을 원하지 않고, 제2전선이나 제3전선이 발전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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