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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로 치솟은 유럽 정크본드 금리…경기침체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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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기침체 가속화에 투자 부적격 등급 회사채인 ‘정크본드’의 금리가 치솟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크본드 금리 껑충

22일(현지시간)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인덱스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트리플C(CCC)’ 이하인 유로 표시 회사채와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평균 18%포인트 이상을 기록했다. 트리플C 이하 등급은 투자 부적격을 뜻하는 ‘BB+’ 이하 정크 등급 중에서도 최저 등급으로, 디폴트 임박 직전임을 뜻한다.

이같은 스프레드는 2016년 6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중앙은행의 본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초(6.7%포인트)와 비교해도 10%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미국과 비교해도 유럽 정크본드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높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트리플C 등급 회사채와 국채 스프레드가 10%포인트 수준으로 유럽(18%포인트) 보다 훨씬 낮다.

이는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고강도 금리인상에 따른 유럽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점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프랑스 소매업체 카지노 그룹, 네덜란드 제조사 케터, 벨기에 아이디얼은 최근 몇달간 회사채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웃돈을 더 얹어서라도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럽의 트리플C 회사채 가운데 4.7% 비중을 차지하는 프랑스 통신사인 알티스의 경우 2027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금리가 29%에 달한다.

유럽 경기침체 여파…자금경색 오나

정크본드의 금리 상승은 고금리로 신용 여건이 급속히 경색된 여파가 컸다. 유럽의 정크본드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작다는 점도 유럽 디폴트 위험 회사채 금리를 자극하고 있다. 유럽의 정크본드 시장 규모는 4120억유로로 미국(1조1000억유로)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한 상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9일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추세 이하의 저성장, 노동시장 완화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역시 미국을 쫓아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소비·투자 감소와 성장률 저하를 초래해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올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통상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본토벨의 크리스티안 한텔 회사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의 경제 상황은 확실히 미국보다 더 나쁘다”며 “이 같은 스프레드 확대는 경제성장 둔화, 공격적인 금리인상,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리플C 회사채는 고수익에 대한 수요와 기업 신용 시장을 연결하는 가장 취약한 고리”라며 “앞으로 (이 부문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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