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가 함께 만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했다. 복귀 일성으로는 “민생이 악화되면서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향해 내각 총사퇴 등 전면적 국정 쇄신을 재차 요구했다. 커다란 관심을 모은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해 비명(비이재명)계를 끌어안는 당내 통합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면서 당무에 공식 복귀했다. 지난달 18일 단식 여파로 병원에 실려간 지 35일 만이다. 이 대표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지팡이 없이 걸으며 건강을 상당 부분 회복한 모습이었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이 대표가 자리를 채운 최고위원회의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선 복귀 소감으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여러가지 일로 심려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의 삶이 어렵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 국민이 갖는 불안함과 불편함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욱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전날 김 대표의 여야 간 ‘민생협치 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간 회동을 역제안했다. 권칠승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실종을 복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생과 정치복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경제회복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 여야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회복기간 고심했던 이 대표의 정국 구상 일성은 그동안의 정치권 예상대로 ‘민생과 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민생과 관련한 실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 8월말 단식 돌입 때 요구했던 내각 총사퇴 등 전면적 국정기조 쇄신을 재차 요구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 사퇴시켜야 한다”며 “그것이 말로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시켜 주는 핵심적 모습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과 관련해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기술발전에 힘쓰고 미래 새 먹거리 산업을 위한 국가의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꼬집고 기제출된 정부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 메시지는 정부 실정을 막기 위해 민주당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당 통합론’으로 이어졌다. 그는 “정부 폭안으로 인해 대한민국 시스템이 붕괴되고 과거로 퇴행하는 일들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히 꾸짖는 심판이 이어져야 한다”며 “그러려면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 삶이 절박한데 그런 문제로 우리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당내 일부 친명(친이재명)계의 가결파 징계론을 잠재우고, 통합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정부의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칭찬 말씀 드린다. 민주당도 협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환영하면서도 “정원 확대 인원수 발표가 없어 알맹이가 빠진 상황이다. 말로 끝날 게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복귀로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드러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이날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 체제 닻을 올렸다.
이 대표가 이날 역제안한 대통령와 여야 대표 3자 회동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김기현 대표는 전날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측이 대표 간 회동을 수차례 제안한 상황에서도 성사되지 않던 만남이 여당 태도 변화로 일단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야당과의 대화에서 복지부동이던 대통령실도 최근 ‘소통’을 강조하고 있어 이 대표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통합 메시지가 당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도 주목되는 가운데 일단 가결파 징계 여부는 수면 아래 가라앉는 분위기다. 최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공개 최고위에서 가결파 징계안에 대한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대표가 단결과 단합을 재차 이야기한 만큼 자연스럽게 윤리심판원 회부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세진·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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