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적재하고 있는 모습 [LS전선 제공] |
“해저케이블의 핵심은 지름 30㎝ 정도의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까지 길고 균일하게 끊김 없이 생산하는 겁니다. 172m 높이의 타워에서 케이블을 중력 방향으로 내려뜨려 고르게 뽑아내고 있죠.”
지난 19일 찾은 강원 동해시 송정동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는 해저케이블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올해 5월 완공한 아파트 63층 높이의 생산타워를 올려다 보니 돌돌 감겨 있을 땐 쉬이 상상할 수 없던 해저케이블의 엄청난 규모가 짐작됐다.
해저케이블은 말 그대로 바다 밑에 매설하는 케이블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많게는 수천㎞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하는 만큼 길어야 하고 한 번 묻으면 손보기 어려운 만큼 튼튼해야 한다. LS전선이 아시아 최고 높이의 VCV(수직연속압출시스템) 타워를 지은 것도 고품질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였다.
김진석 LS전선 설비효율화팀장은 “초기에는 실수도 잦았지만 시행착오 끝에 대부분 설비를 국산화했고 이제는 자체 기술로 고품질의 해저케이블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VCV 타워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VCV 타워는 절연 공정을 수행하는데 케이블 원재료를 수직으로 내리면서 성형하기 때문에 수평으로 압축할 때 아래로 처지는 현상을 방지해 완성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HVDC 전용 설비로 초장거리 국가 간 전력망 연계와 해상풍력 발전설비 장거리화에 따라 늘어나는 HVDC 수요도 흡수할 전망이다.
2008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든 LS전선은 불과 15년 만에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등 선두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실제 장거리 송전용 해저케이블 역량을 갖춘 기업은 전 세계 6곳에 불과하고 LS전선을 포함한 4개 업체가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생산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공급 역량을 갖춘 업체도 손에 꼽히는데 LS전선은 올해 8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면서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이러한 성장은 LS전선이 해저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온 결과다. LS전선은 동해시에서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입해 사업 역량을 강화해 왔다. 해저4동 가동을 시작한 지 세 달여 만인 지난 8월에는 해저5동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LS전선은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 LS마린솔루션과 ‘삼각편대’를 구성해 글로벌 해저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LS마린솔루션과는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한층 공고히 하고 LS전선아시아를 활용해선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 해저시장을 선점한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했다.
특히 LS전선아시아가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까지 갖추면 최근 대만에 해외 거점을 구축한 LS마린솔루션과 함께 턴키 수주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아시아는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PTSC와 함께 베트남 내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LS전선은 미국과 유럽 내 해저케이블 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나아가 중동으로 시장을 넓혀 5년 내 해저케이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 투자와 관련해선 부지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돌입하는 등 투자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가 해상풍력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해저케이블 생산과 포설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저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동해=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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