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위탁매매 점유율, 낮은 부동산 투자 비중,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으로 증권주 최선호주로 평가받던 키움증권의 주가가 급락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키움증권 고객 위탁계좌에서 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수금 회수에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경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제지 불똥 튄 키움증권…5000억 미수금 발생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36분 현재 키움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23.83% 급락한 7만6400원에 거래중이다.
키움증권 주가 급락은 지난 20일 공시한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공시가 직접적인 발단이다. 지난 20일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고객 위탁계좌에서 약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으로 고객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는 외상으로 주식을 사고 2영업일 뒤 갚도록 하는 미수거래를 제공한다. 이때 미수거래한 투자자가 기간 안에 외상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진행해 자금을 회수한다.
키움증권도 지난 18일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이후 2영업일 뒤인 20일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해야 했다. 그러나 거래가 정지되면서 반대매매를 진행하지 못했고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키움증권에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것은 다른 증권사가 상반기 영풍제지 주가가 급등할 때 미수거래를 막아놓은 것과 다르게 키움증권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는 미수거래시 증거금을 요구한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책정했다. 40만원으로 100만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타 증권사들은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미수거래를 차단했다. 따라서 영풍제지 미수거래 수요가 키움증권에 몰리면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 11개월간 12배 가량 급등했다. 거래소의 투자주의 종목 지정 등 경고에 대부분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높였으나 키움증권은 증거금률을 유지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번 미수금 사태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에 대한 근본적인 시장 의구심이 발생 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해 미수거래를 막아 놓은 점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충당금 2500억원 예상…단기 주가 부정적
최근 키움증권은 증권가에서 유리한 업황, 주주환원 정책 발표로 증권주 최선호주로 평가받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외투자자산 비중이 크지 않아 관련 충당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점에서 타 증권사 대비 우수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미수금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지자 전망도 뒤바뀌고 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가 다시 시작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영풍제지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4943억원의 미수금을 모두 회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시 CFD 관련 약 7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데 이어 이번 사태로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충당금 요인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으로 부정적 주가 흐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부담을 감안해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낮췄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비용 부담을 4분기 실적에 반영함에 따라 2023년 연간이익 전망치를 23.3% 하향했고 주당 장부가치 감소를 목표주가에 반영했다”며 “다만 2024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높아진 주주환원율을 감안할 때 이번 이슈로 인한 주가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키움증권의 2023년 이익전망치를 26% 낮추고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다. 정민기 연구원은 “미수금 관련 손실 비용 및 신용융자 관련 이자수익 감소 가능성을 반영해 올해 이익 전망치를 26% 하향 조정한다”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발생에 따른 주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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