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결파 징계 요구 일축했는데
친명계는 정치적 압박 지속 중
비명계 공천 배제 의구심 여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투쟁 후 한 달여 만에 당무에 복귀해 ‘단결’ ‘단합’을 강조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이른바 ‘학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명계가 비명계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강성 당원들의 징계 요구도 빗발치고 있어서다.
2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파’라 불리는 5인(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징계 청원을 윤리심판원으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거기에 대해 논의 자체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돼야 한다”며 “단결과 단합 위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서 국민의 기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면서 “국민의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로 우리의 역량을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가결파 징계 건이 더 이상 불거지지 않길 바란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 발언이 윤리심판원 회부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리심판원은 당헌·당규가 가진 절차적 문제라 실무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고, 그 검토 의견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실무적 검토’란 당원 청원에 대한 답변 등을 실무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윤리심판원에 간다는 것은 징계에 착수한다는 것으로, 이 대표 말과 정면 배치된다. 징계하지 않겠다는 대표 발언 그대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총선 전 비명계 학살 관측이 제기되는 건,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이어져서다.
이날 이 대표의 ‘단결’ 당부에도 당원 게시판에는 “반개혁적이고, 반민주적인 사람들은 지지자들이 정리하겠다” “가결 5적의 정리 없이 단합은 개뿔. 쫓아내야 한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비명계를 향해 “그분들도 자숙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당을 위해서 뭐가 한 게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비명계를 향해) 해당 행위를 계속하면 공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면서 “(비명계는 당을) 떠나든지 협력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가) 구속 직전까지 몰렸다가 화려하게 재기해서 금의환향하는 것 아니냐. 제반 여건이 정말 획기적으로 호전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이 대표가)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가결파 징계가 아니더라도 공천 배제를 통해 총선 전 비명계를 정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주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다수의 팬덤을 갖고 있는 그런 쪽에서는 할 수 있는 묘수가 대단히 많다”고 했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한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과 단합을 재차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 최고위원은 “누구보다 당의 통합을 이야기해 온 나로서는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는 이 대표의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우리가 단결과 단합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무너뜨려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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