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간 민생협치회담 대신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여·야·정 3자 회동’을 역제안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이 직접 민생과 정치 복원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경제 회복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 여·야·정, 즉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간 3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간 양자 회담은 거절했다.
앞서 김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개최하자”면서 “언제 어디서든 형식,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화살을 받는 김 대표가 여야 대표 간 회담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 책임 있는 여당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5월에도 이 대표와 만남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여야 대표 간 회동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대신 지도부에서 윤석열 대통령부터 영수회담에 응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권한도 없는 바지사장과 의미 없고 효과 없이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쏟아지는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사실상 결정권이 없는 당 대표와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김 대표를 만날 수는 있지만, 저희 민주당 입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김 대표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민생 현안을 대화하고 그 대화 결과를 바꿔나갈 수 있는 동력이 있느냐의 여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여당이 민주당의 여·야·정 3자 회동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그간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을 사실상 거절해왔지만, 이번 제안은 여·야·정 3자 회담으로 김 대표도 함께 자리한다. 강서구 보궐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강화한 소통 강화 행보의 일환으로도 보일 수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민생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조건 없이 당연히 여당 대표와 함께 만나서 이 모든 것들을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 대표 간 만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금리, 물가, 유가 등 우리 삶을 어렵게 만드는 많은 일이 산적해 있다”며 “이런 일들을 풀기 위해 여야가 같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이것은 이 대표에게도, 김 대표에게도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가면서 회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동의 필요성도 인정하며 “야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야당 인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 민생영수 회담을 제안한 이 대표를 향해 “연목구어”(김기현 대표), “정략적 의도”(윤재옥 원내대표)라고 비판하던 기존 국민의힘 기조와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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