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단기 대응, 자립화·다변화 병행
포스코퓨처엠, 빠르면 연말 인조흑연 본격 국내 생산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쓰이는 흑연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흑연 수급 안정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운영한다.
산업부는 23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장영진 1차관 주재로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가 있던 지난 20일 국내 주요 배터리 생산 기업들과 함께 긴급 점검회의를 했는데, 구체적인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회의를 이날 추가로 연 것이다.
회의에는 산업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국내 배터리 3사, 배터리 소재사인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협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센터 등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업계가 차질 없이 추가 흑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유관 기관 합동으로 이날부터 ‘흑연 수급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지원한다.
정부는 업계가 흑연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허가가 지연되거나 반려되지 않도록 중국 측과 고위급 협력 등 외교 채널을 폭넓게 가동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한중 양국 정부의 고위급 접촉은 최근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양측이 공히 자국 경제 안정에 중요한 한중관계를 공통의 이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단기 대응과 함께 국내 기업이 탄자니아 등 흑연이 풍부한 나라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흑연 대체용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흑연 공급망 자립화·다변화 대응 역량도 강화할 방침이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중국이 이번에 새롭게 수출 통제 대상으로 올린 천연흑연을 최대 연간 9만t가량까지 대량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공급선 운영이 안정화하면 국내 배터리 음극재용 천연흑연 수요가 상당 부분 아프리카산 흑연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천연흑연 외에 중국의 이번 발표 전부터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의 국내 생산도 조만간 본격화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르면 연말 포항의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내년 하반기 2단계 공장까지 준공되면 전기차 약 47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간 1만8천t의 인조흑연 음극재가 생산된다.
음극재용 흑연은 기초 원료를 기준으로 크게 천연흑연 제품과 인조흑연 제품으로 구분된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광산에서 캐낸 자연 상태의 흑연을 가공해 만들고, 인조흑연 음극재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가공해 만들어 국내에서 100%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급증하는 전기차용 배터리에는 일반적으로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을 섞은 음극재가 들어가는데,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은 인조흑연의 사용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소부장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을 개발에 97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정부는 또 흑연을 대체하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에도 2027년까지 300억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중국 정부와 지속 소통할 것을 요청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안정적인 흑연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산업부가 전했다.
장영진 1차관은 “이번 조치가 우리 첨단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고 면밀히 대비할 계획”이라며 “흑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 등을 추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흑연 수출 통제 조정 내용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지난해 기준 2억4천100만달러가량 수입했다. 이 가운데 93.7%가 중국에서 들여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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