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및 기관과 수소, 에너지·전력, 플랜트·인프라 다방면에 걸쳐 괄목할 만한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첨단·제조·친환경산업으로 재편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맞춤형 공략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3일 “우리나라 최초의 중동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을 포함해 총 46건의 업무협약(MOU) 및 계약체결 성과를 거뒀다”며 “산업 전반에 걸쳐 양국 간 경제협력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사우디 투자부 공동으로 22일(현지시간) 개최된 ‘2023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현대차와 사우디 에너지 스타트업 간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MOU였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현대차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국자동차연구원,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SAPTCO와 함께 현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발전을 위한 MOU를 맺었다. 현대차는 먼저 수소전기버스 등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대여하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 사업 참여를 지원한다.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는 수소 연료 보급을 위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SAPTCO는 수소 모빌리티의 운영과 관련한 차량 데이터와 운전자 피드백을 공유한다. 중장기적으로 SAPTCO의 보유 차량을 수소 모빌리티로 바꿀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현대차를 전략 파트너로 먼저 고려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것은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수소트램 등 수소를 연료로 기반으로 하는 모밀리티 제조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데 이어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다.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사우디엔 현대차는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이번 MOU를 통해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련 기술과 인적 자원 제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 환경 조성 △수소전기버스 실증사업 추진 △관련 정부 지원 연구 프로그램에서의 협력 △공개 가능한 정보 교환 등이다.
|
현대차는 사우디에 연산 5만대 규모의 자동차 CKD 공장도 짓기로 했다.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5억 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사우디 경제도시인 킹 압둘라에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어진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판매된 229만여대 중 약 64만대가 사우디에서 팔렸다. 2030년 이후 사우디의 자동차 시장은 8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합작공장은 전기차 생산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고 지역 내 지속가능한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조성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전기차 기술에 대한 현대차와 PIF의 협력이 혁신과 환경친화적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외에도 윤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와 인프라·플랜트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전, 포스코홀딩스, 롯데케미칼이 사우디 아람코와 함께 총 사업비 155억 달러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투자부와 부동산 및 인프라 분야 투자 협력을 맺었다.
DL이앤씨도 사우디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의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DL이앤씨와 SWCC는 협약에서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모색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SMR을 활용하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 연구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HD현대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도 사우디 송변전 건설 전문기업 알 지하즈와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HD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 ‘블루암모니아 개발·보급 협력 및 탄소 포집 기술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