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며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 기관들과 협력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동에서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중동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삼성물산은 지난 22일(현지 시간)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네옴시티 옥사곤 모듈러 시장 공장 투자를 위한 공동사업협약서’를 체결했다. 네옴시티 내 친환경 첨단산업단지로 계획 중인 옥사곤에서 약 45억 달러 규모의 주거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옥사곤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주거시설을 모듈러 기술로 짓기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옥사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필요한 모듈러 주택 사업 전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는 같은 날 사우디 정부 산하기관인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DL이앤씨와 SWCC는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SMR을 활용하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 연구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호반그룹도 사우디 현지 기업과 손을 맞잡았다. 사우디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인 모하메드 알-오자이미 그룹과 MOU를 맺고 향후 사우디 내 건설, 제조 등 다양한 사업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 메가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고, 호반그룹 건설계열이 주택 건설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우디 내 초고압·고압·중저압 케이블 생산법인에 공동투자하고 케이블 공장의 생산·운영 관련 기술협력도 추진하게 된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메가 프로젝트 등 건설 사업의 확대도 예상된다”며 “이번 순방으로 호반그룹이 두번째 중동 붐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이번 방문에서 사우디 현지 기업 2곳과 MOU를 동시 체결했다. 수처리 관련업체 ‘마스코’와 수처리 사업을 중심으로 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의 대규모 발주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기로 했으며, 제조유통회사 ‘파이드’와는 인조잔디 생산 공장 설립 협약을 맺고 향후 사우디 관련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네옴시티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며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네옴시티 ‘더라인’ 지하터널 첫 구간을 공동수주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며, 지난 6월 현대건설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로부터 6조5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를 따냈다.
중동 수주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액은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235억3000만 달러의 34%에 달하는 79억8000만 달러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 중에서 사우디 수주 규모는 전체의 26.5%를 차지하는 62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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