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보이지 않아도…공에 든 방울 소리 좇아 골 넣는 스포츠 ‘골볼’
(항저우=연합뉴스) 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취재단 =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한국 남자 골볼 국가대표 주장 임학수(B3·충남장애인체육회)의 손을 떠난 공이 중국 골망을 가르자마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이 작전타임을 부르자 조용했던 관중석에선 ‘대한민국’과 ‘자여우'(加油·힘내라)를 경기장이 터질 듯이 외치는 응원 대결이 펼쳐졌다.
한국 골볼 남자 대표팀은 23일 중국 항저우 골볼 트레이닝 베이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의 조별리그 A조 예선 1차전에서 6-10(2-5 4-5)으로 졌다.
1패를 기록한 한국은 남은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4강 진출 티켓을 노린다.
골볼은 시각장애인이 공 안에 든 방울 소리를 좇아 득점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다.
공격팀은 골대를 향해 공을 굴려 득점을 노리고, 수비팀은 실점을 막아내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한국 골볼 남자 대표팀은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강팀 중국을 상대로 후반 막판까지 끈질기게 추격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레프트-센터-라이트 사이에 틈이 벌어지며 연속 실점한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첫 수비에서 실책을 기록한 한국은 초반 흐름을 내줘 2분 만에 추가 실점했다.
이후 정인태(B3·충남장애인체육회)와 임학수가 던진 공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고, 오른쪽 구석을 노린 중국의 공격은 골대를 갈랐다.
전반이 5분 지난 시점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정인태가 상대 레프트와 센터 사이를 꿰뚫어 대회 첫 득점을 올렸고, 임학수는 골대 왼쪽을 찔러 2-4로 점수 차를 좁혔다.
한국은 수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결정적인 선방을 여러 차례 선보였으나 전반을 30초 남겨두고 라이트가 뚫리면서 1점을 더 내줘 2-5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정인태의 공격이 중국 레프트의 손끝에 막힌 뒤 연속 실점해 5점 차까지 뒤진 한국은 선수 교체로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수비 호흡이 어긋나면서 오히려 3-10까지 밀렸다.
정인태가 연속 2득점으로 뒷심을 발휘하며 한국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지만, 이미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임학수는 “응원으로 추격 의지를 다잡았지만 공격 코스와 구질의 다양성에서 중국에 밀렸다”며 “수비를 보완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느꼈다. 오늘 경기를 바탕으로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김진 골볼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라 초반 기선을 제압하려고 했는데 실점하면서 경기가 꼬였다”며 “점수 차가 벌어진 뒤엔 쫓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본선에선 선제 득점을 통해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경기장은 개최국 중국 국기를 든 홈 관중으로 가득 찼다.
선수들이 눈을 가린 채 공 안에 든 방울 소리를 듣고 경기하는 골볼 특성상 경기 중에는 관중도 침묵을 지켰다.
한국에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진혁 선수단장, 박종철 선수촌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전반전이 종료된 직후와 작전 시간을 틈타 한국 대표팀을 향해 ‘대한민국’을 외치며 큰 목소리로 응원했는데, 중국 관중들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자여우’로 응수하며 기 싸움이 펼쳐지기도 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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