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가 12년 만에 월드시리즈(WS)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일단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이제 승부는 7차전으로 향한다.
텍사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9-2로 승리했다.
5차전까지 정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경기를 펼쳤왔다. 12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은 텍사스는 와일드카드(WC) 시리즈부터 이어온 ‘전승’의 기세를 바탕으로 챔피언십시리즈 초반 두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기선제압에 성공, 월드시리즈 진출 가능성을 드높였다. 하지만 휴스턴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근 7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르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것은 물론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휴스턴은 0승 2패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3~4차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는데, 지난 21일 5차전에서는 패색이 짙은 9회초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으며 ‘패패승승승’을 거뒀다. 시리즈가 만큼 6차전도 치열했는데, 결국 양 팀의 승부는 7차전으로 향하게 됐다.
# 아메리칸리그 최강타선 텍사스, 단 두 방에 휘어잡은 분위기
이날 벼랑 끝에 몰리며 6차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텍사스는 ‘가을의 사나이’ 네이선 이볼디,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휴스턴은 프램버 발데스를 각각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투수전의 흐름이 예상된 것과 달리 경기 초반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일단 초반 흐름은 휴스턴이 잡았다.
휴스턴은 1회말 선두타자 호세 알투베가 안타를 치고 출루, 도루 성공에 이어 마이클 브랜틀리가 볼넷을 얻어내며 1사 1, 2루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다. 여기서 포스트시즌 내내 타격감이 절정에 달해 있는 요르단 알바레즈가 이볼디의 2구째 몸쪽 커터에 거침 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고, 2루 주자 알투베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텍사스도 당하고 있지 만은 않았다. 정규시즌 아메리칸리그 팀 타율과 팀OPS 1위를 달린 텍사스의 화력은 역시 뛰어났다. 텍사스는 2회초 선두타자 미치 가버가 발데스가 던진 초구 93.9마일(약 151.1km) 싱커에 제대로 노림수를 가져갔다. 가버가 밀어친 타구는 102마일(약 164.2km)의 속도로 비행,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텍사스의 방망이는 다시 불타올랐다. 텍사스는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직전 타석에서 아치를 그렸던 가버가 또다시 안타를 쳐내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번에는 요나 하임이 발데스의 2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이 타구는 우월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 ‘가을사나이’ 네이선 이볼디가 또 해냈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볼디는 올 시즌까지 통산 12시즌 동안 265경기(246선발)에 등판해 79승 73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 중인데, 정규시즌보다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유독 강한 모습. 지난 2018년 첫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2선발)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61을 마크, 2021시즌에는 5경기(4선발) 2승 2패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 올해도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45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이볼디는 지난 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6⅔이닝 1실점(1자책)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 1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디비전시리즈(ALDS)에서는 7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게다가 지난 17일 휴스턴과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3실점(3자책)으로 최고의 투구를 펼쳤는데, 이날도 ‘가을 사나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이볼디는 알투베에게 안타, 브랜틀리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1, 2루 실점 위기에서 알바레즈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준 채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안정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볼디는 이어지는 위기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짓더니, 2회에는 휴스턴의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냈다.
두 번째 위기도 잘 넘겼다. 이볼디는 3회말 브랜틀리와 알바레즈에게 각각 볼넷을 내주면서 2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으나, 후속타자 호세 아브레유를 범타로 돌려세웠고, 4회말에는 카이털 터커-마우리시오 듀본-제레미 페냐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봉쇄했다. 그리고 5회 수비도 실점 없이 극복해내며 마침내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이볼디는 여유 있는 투구수 속에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여기서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하지만 리드는 지켜냈다. 이볼디는 알바레즈와 아브레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등 1사 1, 3루에 몰렸다. 이때 희생플라이로 듀본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한숨을 돌렸고, 페냐까지 돌려세우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볼디는 7회에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닝을 매듭짓지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볼디는 선두타자 말도나도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 후속타자 알투베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볼디의 역할은 여기까지.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고, 텍사스는 조쉬 스보츠를 투입해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 홈런 두 방→이볼디의 역투→가르시아 그랜드슬램→승부는 7차전으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던 텍사스는 8회초 쐐기를 박았다. 텍사스는 선두타자 에반 카터가 휴스턴의 바뀐 투수 브라이언 아브레유를 상대로 내야 안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다. 아브레유는 지난 5차전 ‘빈볼’ 논란으로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항소를 한 까닭에 6차전 출전이 가능했기에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어지는 찬스에서 카터가 도루 성공으로 득점권 찬스를 잡은 후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렸던 카터가 아브레유의 5구째 슬라이더를 공략, 좌익 선상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4-2까지 간격을 벌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텍사스는 8회말에도 스보츠가 마운드에 올랐고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텍사스는 ‘마무리’ 호세 르클락의 조기 투입을 결정, 2사 만루의 위기를 극복하며 승기를 드높였다. 그리고 9회초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5점을 보태며 쐐기를 박았고, 그대로 경기를 매듭지으며 승부를 7차전으로 끌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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