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유재석이 양세찬에게 아이폰의 ‘에어드롭’으로 이성을 만나봤냐고 물어보고 있다. [런닝맨 공식 SNS]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요새 헌팅 술집에서 ‘에어드롭’으로 사진 날린다며”
지난 22일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한 가수 김종국은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가 이른바 ‘홍대 헌팅 술집’에서 아이폰의 에어드롭으로 본인의 사진을 무작위로 공유한 후, 마음에 들면 합석하는 방식으로 이성을 만난다는 것이다. 이에 유재석, 하하 등 출연진들은 “따라가기 힘든 MZ식 헌팅”이라며 놀라워했다.
에어드롭은 아이폰 이용자들끼리 사진, 문서, 연락처 등을 무선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아이폰 사용이 일종의 ‘또래 문화’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애플이 에어드롭, 아이메시지 등 아이폰의 고유한 기능으로 젊은 층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한 양세찬이 요즘 20대들의 헌팅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런닝맨 공식 SNS] |
최근 젊은 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쏠림 현상의 배경엔 아이폰의 폐쇄성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즘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애플은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면서도 아이폰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능으로 ‘아이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이폰의 문자메시지인 ‘아이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파란색 말풍선이 뜨도록 해 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이폰이 아닌 기종에서 보낸 메시지는 녹색으로 구분돼 상대방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임을 알 수 있다. 외신에서 미국 10대들이 “녹색 말풍선을 두려워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웹 예능 ‘헌팅걸’에 등장한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 디랩] |
애플은 숱한 논란에도 폐쇄성을 일종의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최신 운영체제를 배포하면서 이러한 독립적인 기능들을 오히려 강화했다. 에어드롭 기능을 보강했을 뿐 아니라, 아이폰끼리 기기를 서로 갖다 대면 연락처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할 수 있는 ‘네임드롭’ 기능을 추가했다. 같은 방법으로 듣고 있는 음악과 영상 등도 공유할 수 있는 ‘쉐어플레이’ 기능도 도입했다.
한편 최근 한국갤럽이 실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65%가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미국의 아이폰 전체 사용자 가운데 34%는 1996년 이후 출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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