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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총의 한국노총이 전격적으로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 방침에 응하기로 했다. 일견 정부가 노동 개혁 일환으로 해 온 노조 회계 공시 대책이 통했다고 볼 수 있는 행보다. 관건은 한국노총과 노동계를 양분하는 민주노총도 노조 회계 공시를 할 지다. 또 한국노총이 매 정부에서 해온 정책 파트너 역할을 현 정부에서 받아들일지도 관심이다.
한국노총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개정된 법 시행령에 따른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에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며 “총연맹(한국노총)이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을 시 발생할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제외 등 조합원 피해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일부터 노조 회계를 일반인도 알 수 있도록 공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은 노조 회계 점검부터 노조 회계 전문성 강화로 이어지는 투명화 대책의 일환이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양대 노총)은 이 공시 시스템을 반대해왔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초 정부가 노조 회계 공시제 법안을 재입법 예고하는 방식으로 3개월 앞당겨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비판 입장을 냈다. 정부 출범 이후 일련의 노동 정책에 대한 반대했던 흐름대로다. 당시 한국노총은 “연말 정산 시즌을 앞두고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 불만으로 노조와 상급 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정부가) 노조를 무력화하고 조합원과 시민을 멀리 떨어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노동계에서 연좌제로까지 부르는 ‘공시 혜택 연동제’ 탓이다. 고용부는 노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스템에 공시한 노조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고쳤다. 1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공시해야 올해 10~12월 조합비 세액공제(15%)가 가능한 방식이다. 단 이 노조는 양대 노총과 같은 소속 상급 단체가 공시를 함께 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상급 단체와 산하 조직의 공시를 혜택 전제로 연동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노조원의 약 85%를 양분하는 양대 노총 입장에서는 조합원의 이익과 정책 반대를 두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실리적 노동 운동을 우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이 당장 노정 갈등의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노총은 공시에 응하지만, 공시 혜택 연동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나선다. 또 정부가 노조 운영을 개입할 수 없는 방향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한국노총은 10만명 참여를 목표로 내달 11일 정부 규탄 도심 집회를 연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노조 탄압과 배제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말살 정책에 맞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회계공시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노총의 공시 결정은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과 연대하는 모양새로 정권을 규탄하던 일종의 ‘양대 노총 연합’이 금이 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양대 노총은 일련의 노동 정책을 노동 탄압으로 규정짓고 반발해왔다. 올해 2월 양대 노총 위원장의 공동 기자회견까지 성사됐다. 그동안 양대 노총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국회 처리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왔다. 강경 노선을 걷는 민주노총과 온건 노선을 택한 한국노총의 결합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먼저 한국노총과 맺은 일종의 노조 회계 공시 불참 연대를 먼저 깬 상황이 됐다. 관건은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복귀할지 여부다. 경사노위 복귀는 정책 파트너라는 한국노총의 본래 역할 회복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노총을 치켜세웠다. 한국노총은 공시 결정과 경사노위 복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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