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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가자지구 주민들이 비용과 공습 우려로 피란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피란에 드는 비용이 약 100배까지 폭등한 데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남쪽에도 안전지대가 사라져 발목이 묶인 상황이라고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란을 떠나지 않는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에게 강력한 경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가자지구 상공에 뿌린 아랍어 전단에서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거듭 촉구하면서 대피하지 않은 사람들이 “테러리스트 조직의 협력자로 여겨질 수 있다(may be considered)”고 말했다. 이는 대피를 거부하면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하마스의 일원으로 간주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은 피란갈 돈이 없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처지다.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머물고 있는 아마니 아부 오데는 남쪽으로 가는 교통비가 1인당 3달러(약 4천원)에서 최고 300달러(약 40만6천원)까지 올라 피란을 떠나지 못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가자지구 남쪽으로 피란을 가도 안전을 보장받지는 못한다는 것도 주민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에게 대피 지시를 하고도 가자지구 남부에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더구나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다음 단계”에 앞서 가자지구 공습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가자시티의 공무원인 야세르 샤반(57)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사촌 가족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로 대피했으나 일주일 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촌의 부인과 두 딸이 숨졌다고 매체에 전했다.
샤반은 “새로 뿌려진 전단에 대피하지 않으면 하마스의 일원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는데 남쪽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는 결국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유엔의 팔레스타인 특별 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스는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달아날 능력이 없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만명을 테러범으로 취급하는 것은 집단처벌 위협이자 인종청소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덧붙였다.
전단 내용에 대한 질의에 이스라엘군은 대피하지 않은 사람을 하마스의 일원으로 간주할 의도는 없으며 민간인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한 대피 경고가 인종청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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