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 사태를 두고 “전적으로 미국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반미(反美)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23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최근 유엔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점을 거론하며 “미국이야말로 대량 살육의 공범자, 인권 유린의 주모자, 중동 평화의 원쑤(원수)라는 것을 실증해준다”고 강변했다.
조철수는 “미국은 (북한의) 자위권 행사를 사사건건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걸고들고 있다”며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피해도 주지 않은 자위권 행사는 ‘위협’으로 매도하고, 인도주의 위기를 발생시킨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권’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극도의 이중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민간인 대학살과 인도주의 대참사를 묵인·조장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했으나, 미국이 결의안에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불발됐다.
앞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전 보도한 논평을 통해 “(무력 충돌 사태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며 “미국의 편견적이며 의도적인 부추김으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살육전이 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부·국방부 장관들이 잇따라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핵 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인근에 배치한 것을 두고 “전쟁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무산된 점을 두고도 “(미국이) 사태의 악화를 막을 자그마한 기회마저 깡그리 말살했다”며 “이번에도 역시 그 어떤 독자적 사고와 줏대도 없는 열성 옵서버 유럽동맹이 미국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장 충돌을 촉발한 직접적인 요인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반미 선동에 집착하는 북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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