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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이 연체 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반짝 하락했다가 다시 치솟는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대출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높아진 연체율이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감독원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5개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의 중국법인 연체율은 1.7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0.73%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0.86%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상승했다.
각 은행들이 중국 현지에서 대출 취급 자체를 줄이며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앞서 내줬던 대출에서 대거 연체가 발생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5개 은행의 대출 채권 잔액은 16조 138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 감소했지만 연체 채권 잔액은 같은 기간 1719억 원에서 2846억 원으로 8개월 만에 65.6%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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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은행으로 보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국내 은행 중 중국 사업 규모가 가장 큰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8월 말 기준 2.32%로 5개 은행 중 가장 높았다. 특히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이미 지난해 연체 채권을 대규모 상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다시 치솟아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지난해 8월 말 연체 채권 규모 1851억 원, 연체율 3.01%에 달하자 연말까지 상각을 통해 연체 채권 규모를 455억 원으로 줄이고 연체율도 5개 은행 중 최저 수준인 0.82%로 낮췄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연체가 급증하면서 연체율도 다시 2%대로 뛰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차주의 담보 물건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연체 채권을 상각한 결과 연체율이 낮아졌다”며 “2020년부터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상업용·사무용 부동산을 담보로 취급한 대출 차주의 임대 수익이 감소했고 유동성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사후관리 부서를 재편하고 현장 사후관리 전담 TF를 신설한 상태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1%대였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율 역시 올해 8월 말에는 각각 2.23%, 2.21%를 기록하며 2%대로 치솟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지난해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여신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8월 말 기준 연체율이 지난해 말보다 0.02%포인트 낮아진 1.02%였지만 연체율이 0.27% 수준이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중국 사업이 단기간에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의 여파로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규 의원은 “국내 은행의 중국법인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 부문 건전성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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