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관련 진료비 지출 규모가 2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진입장벽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청년층이 늘어났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대 이하 국민들이 이른바 ‘F코드’라고 불리는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지출한 진료비가 총 2502억 6382만 원(건강보험 진료 실적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부담금을 뺀 ‘본인부담금’만 집계한 액수다. 연령대별로 △10대 미만 113억 4000만 원 △10대 533억 4000만 원 △20대 995억 8000만 원 △30대 840억 1000만 원이었다.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진료비 지출 액수는 2018년에는 1495억 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 1626억 원 △2020년 1821억 원 △2021년 2182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은 상반기만 1371억여 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대로면 올해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 진료비 지출 규모는 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진료비 중에서 정신건강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특히 2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의 전체 진료 실적 대비 정신질환 진료 실적 비율(본인부담금 기준)은 2018년 5.5%에서 지난해는 7%로 커졌다. 올 상반기에는 7.4%까지 치솟았다. 치매 환자 수가 많은 80대 이상(14.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증가세는 전 연령대 통틀어 가장 가팔랐다.
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정동장애의 30대 이하 환자(실인원 수 기준)는 2018년 3만 8907명에서 2022년에는 6만 3145명으로 1.6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증가율(1.38배)보다 높은 수치다. 30대 이하 불안장애 환자 수도 16만 3555명(2018년)에서 25만 7955명(2022년)으로 1.58배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나 강남·종로 등 청년층 유동 인구 수가 많거나 직장인 밀집지역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포털사이트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상담 후기가 좋기로 소문난 병원들은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대에 진료를 받으려면 한 달 넘게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예약 ‘노쇼’ 위약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신 의원은 “과도한 경쟁 사회와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구조, 학업·경제적 불안전성과 ‘코로나 블루’ 등이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경·중증 정신질환을 제대로 관리하는 의료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게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