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 좌파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격차가 크지 않아 양 후보는 다음달 19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상황에 장관을 지내고 있는 집권당 마사 후보와 중앙은행 폐쇄 등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파 말레이 후보의 대결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 경제부 장관인 집권 여당의 마사 후보는 이날 97%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36.6%로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 후보는 30%로 뒤를 이었다. 양 후보의 격차는 16.6% 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한 상태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야 당선이 확정된다. 1위 마사 후보가 40%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양 후보는 결선 투표를 시행하게 됐다.
이날 개표 결과는 그간의 여론조사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AP 통신은 그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말레이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마사가 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자유주의의 승리를 예측했던 선거 전 여론조사가 무시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마사 후보는 “아르헨티나 정치 역사의 새로운 국면을 시작할 국민통합정부를 이끌겠다”며 “대통령으로서 여러분을 좌절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없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는 하나의 대가족이며 아르헨티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마사 후보가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배경에는 무섭게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38%를 기록했다. 마사 후보는 이에 대해 가뭄을 이어받았다고 설명하고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해명했다. 앞서 콩, 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흉작을 겪었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마사 후보와 경쟁한 마일리 후보는 급진적이고 인기영합주의에 가까운 모습으로 브라질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를 꼽은 데 이어 중앙은행 철폐, 브라질 화폐 헤알을 달러로 교체, 기득권 숙청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마사 후보는 마일리 후보와 경쟁하면서 오히려 사회 안전망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마사 후보는 정부의 사회 안전망과 보조금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원동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신이 패배하면 대중교통이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를 통해 지지를 얻기도 했다.
향후 결선투표에 대해 외신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가디언은 “3위를 기록한 불리치 후보의 우익 유권자 중 상당수가 말레이 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사 후보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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