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는 현역 의원 명단 일부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핵심 관련자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증언을 통해서다. 공개된 법정에서 돈봉투 수수 의원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씨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돈봉투 의혹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정근 녹취록’의 전후 사실관계를 진술했다.
검찰은 2021년 4월28일 윤 의원이 이씨에게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말하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물었다.
검찰이 “여기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인천에서 송영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회의 나왔던 사람이 그 둘(이성만·허종식)이니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녹취록에서 윤 의원이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며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의원을 거론하자 이씨가 “거기 다 해야지.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내용도 공개했다.
검찰이 1차 전달 현장에 없어 미처 돈봉투를 교부하지 못한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의원에게도 주는 게 맞는다는 취지냐고 묻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이씨는 이들에게 실제로 돈봉투가 전달됐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윤 의원에게 전달한 돈 봉투 액수가 개당 100만원 이상이었다고도 진술했다.
이씨에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검찰 공소사실인 ‘봉투당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었다는 윤 의원 주장과는 배치된다.
이씨는 2021년 4월27일 송 전 대표 보좌관인 박용수 씨로부터 차곡차곡 정리된 두툼한 돈 봉투 10개가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그는 5만원권이 담긴 봉투 안을 살짝 들여다봤는데, 이 안에는 최소 100만원 이상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씨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 조사에서 봉투 두께 테스트를 했을 때 확실히 100만원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서도 “100만원보다는 확실히 많고 500만원보다는 적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튿날 윤 의원의 요청으로 박씨에게 봉투 10개를 추가로 받은 것에 대해서도 “액수를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았지만 봉투의 두께는 (전날 것과) 같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에 앞선 4월26일 캠프 ‘기획회의’에서 윤 의원이 금품 살포를 거론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당시 임종성·허종식 의원이 (금품 제공에) 맞장구를 쳤느냐”고 하자 이씨는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임종성·이성만·허종식·김영호·민병덕 의원에게 이 회의 참석을 통보한 메시지도 법정에서 공개했다.
이씨는 이성만 의원 등이 연루된 지역본부장 금품 살포 과정도 녹취를 토대로 진술했다.
그는 이 의원이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함께 구해 온 1천만원을 50만원씩 소분했고, 강씨가 2021년 3월30일 이를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삼석 의원이 자신에게 준 200만원을 박씨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이씨는 “고생하니까 보좌관들 밥이나 먹게 하라”고 해서 그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중요한 사안들은 후보에게 다 보고돼야 하는 것이 기본 사항”이라며 이런 지역본부장 관련 현금 흐름이 송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밖에 이씨는 강씨가 2020년 9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자원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원을 수수한 것에 대해 “돈을 돌려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해 달라고 위증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이씨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을 진행한 재판부는 오는 30일 윤 의원과 강씨·박씨 측의 반대신문을 위한 공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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