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0.23/뉴스1 |
(리야드=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갖고 탄소 중심의 한-사우디 협력을 탈탄소 기반으로 전환하는 ‘중동 2.0’ 세일즈 외교에 나선 가운데,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와 3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정제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우디 수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 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24억달러(약 3조2500억원) 규모의 ‘자푸라 2 가스플랜트’ 수주 계약을 비롯한 4건의 양국 기업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한-사우디 건설 협력은 1973년 삼환기업의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사업'(2000만 달러)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1976년 수주한 사우디 ‘주바일 항만공사’ 대금은 9억3000만 달러로, 당시 정부 예산 2조원의 약 4분의 1 규모였다.
이른바 ‘중동 신화’가 한-사우디 건설 협력에서 비롯된 셈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최초 2000만 달러에서 시작한 양국의 건설 협력 규모는 반세기 만에 1600억 달러로 확대됐다”며 “이제 탈탄소 친환경 산업 분야로 인프라 협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날 기념식에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체결한 24억 달러 규모 ‘자푸라2 가스플랜트 확장공사 패키지2’는 아람코가 소유한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인 자푸라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중국 기업 등과의 경쟁을 뚫고 지난 2021년 수주한 29억 달러 규모의 자푸라 1단계 사업에 이어 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에만 사우디에서 총 86억 달러(약 11조6400억원)의 해외건설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올해 사우디 건설사업 누적 수주액에 대해 “올해 해외건설 누계 수주액 259억 달러의 3분의 1 규모로, 지난 5년간 사우디 연평균 수주액인 34억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추진한 한-사우디 정상 외교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와 1억 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디지털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5개 도시에 가상현실 공간인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도시계획 및 관리,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하는 사업으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 정부 수출 1호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 밖에도 KT와 현대건설은 사우디텔레콤(STC)과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에 합의했으며, 삼성물산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모듈러 건축 및 건설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MOU를 체결했다.
최 수석은 “내년 말부터 모듈러 구조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신축하여 네옴시티 건설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사우디 전 지역에 주택 100만 호를 건설하는 총 420억 달러 규모의 로쉰(Roshn) 프로젝트 수주에도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사우디 전역에 걸친 1900여 건의 프로젝트에 우리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노력이 녹아 있다”고 양국 건설 협력의 50년 역사를 평가하면서 “한국과 사우디가 굳건히 다져온 토대 위에 기술변화 및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경제협력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등에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도시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함께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사우디 협력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마친 뒤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를 받아 네옴 전시관 내 ‘더 라인'(The Line)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는 전시물을 관람하고,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더라인’은 홍해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170㎞를 일직선으로 거대한 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우리 기업도 해안지역과 네옴 공항을 연결하는 약 30㎞의 터널 공사에 참여 중이다.
최 수석은 이번 행사에서 양국 간 대규모 MOU들이 체결된 것에 대해 “네옴 등 메가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 “네옴 시티의 터널, 건축 구조물, 항만 등 총 250억 달러 규모, 6개 사업의 수주를 추진 중으로 내년까지 추가적인 성과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제드 빈 압둘라 빈 하마드 알 호가일 사우디 도시주택농촌부 장관,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대표,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컴퍼니 대표 등 사우디 관계자들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기업의 대표, 네이버, KT 등 IT 기업의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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