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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인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렸던 5대 은행이 진출 국가의 법규나 규정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 사유가 현지 보고서 오류 등의 지엽적인 문제부터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과 고객 고지사항 미흡 등 중차대한 문제도 많았다. 이 때문에 과태료 등 제재금액도 5대 은행에서만 500억원이 훌쩍 넘었다.
일각에선 현지 제재가 반복되면 국내 은행들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며 현지화를 위한 제반 사항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회사가 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내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해외 진출국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는 모두 128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31건), 우리은행(17건), KB국민은행(10건) 순이었다.
NH농협은행은 이 기간에는 현지 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는 없었지만, 2017년 뉴욕지점이 뉴욕 금융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으로 1100만달러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제재 건수는 5대 은행의 진출 국가 및 해외 네트워크 규모에 비례한다. 하나은행이 25개국에서 194개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24개국서 465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다. 신한은행은 20개국 171개, KB국민은행은 12개국 417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해외 네트워크가 크게 늘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8개국 11개 네트워크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외점포 제재 발생원인은 대부분은 현지 보고서 오류 등으로 과태료도 소액이다”며 “제재 재발 방지를 위해서 현지 점포 내부통제시스템 점검을 통한 개선 방안 마련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지원 및 교육실시, 내규 재정비, 본점 내부통제 유관부서와의 협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 오류, 외환관리 규정 위반, 내보외대(외화지급보증), 고객 고지 위무 위반,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 등으로 이 기간 부과된 과태료 등 제재금액도 520억원에 달했다. 은행별 제재금액을 보면 신한은행이 35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은행(91억원), 하나은행(57억원), 우리은행(11억원) 순이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제재금액이 올해에만 338억6200만원으로 집중됐는데, 이는 미국법인인 신한아메리카은행이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개선 미흡으로 336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김한규 의원은 “최근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부과 건수도 늘어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자칫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 규정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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