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간 합작투자 계약 체결식이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이뤄진 것은 사우디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사우디 측은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투자포럼에서 해당 계약 체결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대차-PIF 체결식’은 당초 다른 양해각서(MOU)와 함께 같은 날 오전 별도 MOU 서명식에서 추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우디 주도로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투자포럼 행사에 포함됐다.
PIF가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이 양국 협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홍보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알 루마이얀 PIF 총재 역시 다른 일정상 포럼 참석이 어려웠으나, 당일 오전 급하게 일정을 변경해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국내 기업 총수가 참석한 사전 환담에도 사우디 기업들의 참석 요청이 쇄도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 알-팔레 투자부 장관, 알 코라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 등 사우디 경제부처 장관들도 대거 참석했다. 우리 측은 참석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혔으나, 일부 사우디 기업인들은 발길을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환담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과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자의 혁신 마인드와 근로자의 근면 성실한 자세가 어우러져 있다. 사우디의 국가 대개조 사업인 ‘비전 2030’ 및 네옴 등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 루마이얀 PIF 총재는 “PIF는 매년 400∼5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중 상당 부분을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선대 회장이 사우디 건설사업에 참여한 지 50년 만에 현대차가 사우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사우디의 청년들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산업 발전의 주춧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중동의 자동차산업 메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사우디가 삼성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서 휴대폰 사업뿐 아니라 사우디 최초의 메트로 건설사업, 네옴 프로젝트도 같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사우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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