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국내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도요타 등 세계 15대 완성차 기업의 지난해 친환경 자동차 판매 비중, 공급망 탈탄소화 등의 항목을 통해 친환경 성적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긴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판매 비중이 낮다 보니 점수가 낮았다. 선정된 15개 기업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74%를 차지했다. 이들이 지난해 판매한 차량 5880만 대 중 내연기관차가 5550만 대(94.4%)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 유럽에서는 ‘탄소 배출 없는 자동차(ZEV)’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개 기업 중 친환경 점수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로, 41.1점을 받았다. 이어 BMW(40.0점), 상하이자동차(35.3점) 등이 2, 3위를 기록했다. 벤츠와 BMW는 배터리·철강·전력 등 자동차 제조 과정과 운송 부문에서, 상하이자동차는 전기차 판매 비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 현대차·기아는 20.5점을 받아 15개 기업 중 중하위권인 9위를 기록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94.4%)이 높았을 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SUV는 차를 만들 때 상대적으로 작은 세단 차량보다 철강이 20%가량 많이 들어가고, 연료소비효율이 낮아 탄소 배출량이 많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8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량 중 SUV 등의 비중이 61.1%를 차지하는 등 현대차·기아 판매량 중 SUV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평가 10∼15위 하위권에는 전기차 전환이 느린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많았다. 특히 도요타는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99.76%나 돼 11.9점으로 13위, 지난해 전기차를 한 대도 판매하지 않고 내연기관차만 판매한 스즈키는 15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홍혜란 그린피스 매니저는 “현대차·기아는 3년 동안 친환경 평가에서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내연기관 차량과 SUV에 집중해서는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미래차 산업 선구자로 도약하긴 어렵다”며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공급망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2021년부터 매년 자동차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탈내연기관 계획, 공급망 탈탄소화, 자원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친환경 성적을 매기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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