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다음 달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마케팅 특수를 누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핼러윈데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하반기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을 시즌의 상징 이벤트인데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 핼러윈 프로모션을 자중하면서 빼빼로데이가 몇 안 되는 ‘대목’이 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제조사인 롯데웰푸드는 단일 제품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넘보는 빼빼로의 인기몰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소비자 접점 마케팅을 확대하고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도 이 기간 빼빼로를 접목한 굿즈와 관련 이벤트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뉴진스와 세계인의 축제로”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통해 K-푸드를 세계에 알린다는 포부와 함께 매년 11월 11일에 맞춰 글로벌 통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캠페인이 올해로 4년 차를 맞아 제품 공식 앰배서더(홍보대사)인 ‘뉴진스’와 함께 필리핀, 홍콩, 대만,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총 17개국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한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한 영상 콘텐츠를 이들 국가에서 활용하고, 멤버들의 이미지를 패키지에 입힌 에디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빼빼로 글로벌 통합 캠페인의 슬로건은 ‘빼빼로로말해요(Say Hello with PEPERO)’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열 마디 말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빼빼로를 건네며,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6일 경기도 의왕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 문을 연 빼빼로 팝업스토어 ‘Hello 빼빼로월드’가 신규 프로모션이다. 오는 29일까지 뉴진스와 빼빼로의 캐릭터인 ‘빼빼로프렌즈’를 활용한 다양한 전시물과 상품을 확인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빼빼로프렌즈를 형상화한 다양한 모양의 조형물과 기념 촬영을 할 수 있고, 뉴진스 이미지를 담은 빼빼로 스페셜 에디션과 빼빼로를 활용한 키링, 머리핀, 티셔츠, 에코백, 엽서, 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도 선보인다.
유통채널에서도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돌입했다. 집과 학교, 직장 등과 인접한 편의점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면서도 흔치 않은 빼빼로데이 특화 상품을 준비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빼빼로뿐만 아니라 인기 캐릭터를 입힌 문구와 패션, 리빙 등 다양한 카테고리 굿즈를 마련해 이것 자체로 하나의 ‘선물 세트’가 될 수 있도록 했다.
CU의 IPX(구 라인프렌즈) ‘미니니’가 대표적이다. CU와 협업을 진행하는 미니니는 토끼, 개구리, 곰을 캐릭터로 만든 ‘코니니’ ‘레니니’ ‘브니니’의 작고 귀여운 모습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복슬복슬한 그림체로 나타낸 특유의 귀여움으로 Z세대들의 ‘덕질’ 취향을 공략했다. ‘댕냥이’ ‘우주먼지’ ‘혀��은 앙꼬’ 등 다양한 캐릭터·브랜드와 협업해 빼빼로데이에 맞춘 40여가지의 차별화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패션플랫폼 무신사와 손잡고 ‘빼빼로데이 장갑 래플’ 이벤트도 진행한다. 111만원 CU 금액 상품권 바코드가 랜덤으로 들어간 장갑을 1111원에 구매할 수 있는 행사다.
GS25는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 ‘파워퍼프걸’을 빼빼로데이 이벤트 중심에 세웠다. 파워퍼프걸은 최근 뉴진스와 협업해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 등에 등장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잘파세대에게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차별화 상품을 내놓는다. 행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달 말부터 점포에 행사존을 마련하고, 상품 진열과 함께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 밖에 이마트24는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인 ‘춘식이’를 활용한 빼빼로 기획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누적 매출 2조·연 매출 2000억 분수령
롯데웰푸드는 올해 빼빼로데이 성과에 따라 단일 제품 더블 ‘메가브랜드(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달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1983년 출시한 빼빼로는 2019년 국내 매출로만 연간 1000억원을 올리며 메가브랜드 반열에 진입한 뒤 코로나19 이후로도 꾸준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1440억원, 수출로 480억원을 벌어들여 합산 연 매출 192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가 예상하는 올해 매출액은 국내 약 1500억원, 수출 520억원 규모로 역대 첫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누적 매출액도 출시 40주년인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 1조9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빼빼로데이가 포진한 가을·겨울 시즌(9~11월) 매출액이 연중 40%에 육박해 이 기간 프로모션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편의점 업계도 올해 하반기 빼빼로데이에 맞춰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가을 시즌 핵심 마케팅 키워드였던 ‘핼러윈’이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언급조차 조심스러워지면서 빼빼로데이가 하반기 편의점 업계 성적표를 가를 보다 중요한 이벤트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의점 업계의 올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관측돼 빼빼로데이 성공 여부가 훨씬 중요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산업의 기존점 성장률은 1~2%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매년 돌아오는 빼빼로데이에 어떻게 하면 소비자 이목을 끌지를 1년 내내 고민한다”며 “올해도 차별화 상품 간 흥행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별도 프로모션을 계획하지 않은 다른 유통업계도 빼빼로데이를 전후로 한 소비자 동향에는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살아날지 판단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이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되고,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이 유통가에는 한해 농사를 잘 매듭짓기 위한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겨냥한 프로모션과 관련 제품 출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