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 중인 YTN 지분 매각전에서 31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낙찰자로 선정됐다. 인수 대금을 마련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YTN을 품을지 주목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개찰을 주재했다. 유진이엔티가 입찰 가격 3199억3000만원을 써내면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보유 지분 낙찰을 받았다.
거래 대상은 두 주주가 보유한 YTN 보통주 30.95%다. 이는 YTN 1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지분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YTN의 23일 종가를 감안한 지분가치는 780억원이다. 유진이엔티는 시가 대비 310%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했다.
시장에서는 유진 측이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한 배경으로 YTN의 보유 자산을 지목한다. YTN은 6월 말 별도기준 보유 현금이 1380억원에 달하며 투자부동산의 장부가격이 93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자산재평가를 받은 이력이 없는 만큼 부동산의 시가는 장부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을 개연성이 크다. 특히 YTN은 지상파 방송사인 YTN라디오(37.08%), YTN디엠비(28.52%)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앞서 9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보유 지분 공동 매각 작업을 개시했다. 이달 20일 입찰을 마감했으며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도 참여했으나 3000억원 이상 가격을 제시한 곳은 유진이엔티가 유일했다. 매도자 측은 최고가 입찰자를 낙찰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유진이엔티를 최종 선정했다.
유진이엔티는 유진그룹의 근간 사업인 레미콘과 건자재 제조와 판매 등에 특화된 유진기업과 동양이 각각 51%, 49%씩 출자한 법인이다. 유진이엔티는 산업용 냉동·냉장 장비 제조에 주력한다.
유진이엔티는 YTN 지분을 품기까지 두 가지 허들이 남아 있다. 우선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이사회에서 유진이엔티에 YTN 지분 매각 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매도자 측 최종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다 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으면 된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방송사 소유 규제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유진이엔티는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방송법 소유제한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무법인·변호사 검토의견서 등을 제출해야 했던 만큼 정량적인 역량은 기준치를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인수가격 3200억원을 마련할 재무적 역량은 보강이 필요할 수 있다.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인 유진이엔티는 외감법인에 해당되지 않아 자산 규모도 500억원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3200억원 규모의 YTN 인수 대금을 직접 마련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만큼 지배주주인 유진기업과 동양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유진기업과 동양의 6월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각각 560억원, 924억원으로 단순 합산할 경우 총 1484억원이다. 자체 현금을 모두 동원해도 YTN 인수 대금을 치를 수 없는 만큼 외부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유진그룹 측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유진그룹은 케이블방송사업(SO), 음악방송 PP(program provider) 사업 등의 경험을 살려 YTN 인수 이후 방송·콘텐츠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물론 YTN 내부에서 민영화를 반대하는 점, YTN 주식의 분산 정도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안정과 인수 후 통합(PMI) 등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YTN에는 한국인삼공사(19.95%), 미래에셋생명(9.26%)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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