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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흐르는 중동의 핏방울은 누구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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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민석 기자
▲ 진민석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에서 탱크와 보병을 동원해 제한적인 지상 작전을 펼치면서 지상전 양상으로 돌입했고, 외신에서는 ‘피의 일요일’이었다는 가자지구 내 절박한 심정이 담긴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특히 소강상태에 있었던 ‘안보 불안’이 이번 전쟁으로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자 유럽에서는 ‘이민자 추방’ 여론마저 들끓고 있다.

여기에 반(反)이슬람 여론까지 형성되자 친(親)이슬람 사회가 여론전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가 양분화 구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을 전쟁의 ‘주범’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군데군데 목도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내 35개 학생 단체들은 “지난 20년 동안 가자지구의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은 ‘야외 감옥’(open-air prision)에서 살도록 강요당했다”며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지지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고, 웹 서밋 CEO인 패디 코스그레이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직후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일어난 폭발사고가 이같은 책임론에 불을 들이붙었다.

해당 폭발로 수백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친이슬람 사회는 이스라엘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 18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이스라엘이 전쟁통 속 민간인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며 “모든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했다”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대리전 구도를 띤 이란 정부는 “가자지구 병원의 희생자들에게 떨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폭탄의 불길이 곧 시온주의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라며 보복성 메시지마저 내뱉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편을 든 미국에도 이번 병원 폭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세계 양분화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미 당국은 “가자 내 테러리스트 그룹이 잘못 발사한 로켓의 결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에 이스라엘의 책임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실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나 정치권에서는 병원 폭발 사고의 책임 소재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큼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Geneva Conventions)에 따르면, 제1의정서 제51조를 통해 전쟁에서 전투력을 잃은 군인까지 포함해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규명된다면, 국제 사회는 전쟁의 시발점인 하마스에 대한 비난은 사그라들고 이스라엘에 그 화살을 돌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사실상 무늬만 법인 국제법은 이른바 ‘관념’으로 치부된 지 오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통틀어 지금껏 국제 사회의 국제법 위반 및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어 또는 처벌을 집행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제인도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금, ‘국제법 위반’이라는 책임 공방은 한낱 여론전의 소재로 쓰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무수히 많은 양국 피해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는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참상을 통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인도법상 전시에 사용할 수단과 방법을 선택할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쪽을 우선으로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기습 공격 과정 속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 무차별한 난사 끝에 약 250여명의 인질을 포로로 잡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에 나설 시 인질들을 차례차례 살해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심지어 인질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빼앗고, ‘새로운 전쟁 전술’이라는 이름 아래 인질의 가족들과 지인들에 이들을 살해하겠다는 조롱의 메시지도 보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일부 여론들이 하마스의 이같은 전쟁 전략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기나긴 역사적 사실을 잣대로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양, 하마스를 언더독으로 평가하며 이스라엘이 ‘전쟁유발자’였다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진보파와 보수파 등 양비론으로 모든 것을 선택적으로 평가하는 21세기의 국제 사회에서는 ‘신념’이 ‘사실’의 우위 개념이다.

그렇지만, ‘신념’으로 인해 ‘전쟁범죄’의 참상이 모두 묵인될 수도 없고, 묵인되서도 안될 것이다. 
 
이스라엘을 향한 손가락질을 먼저 국제법을 위반한 하마스를 향해 옮기고, 그 후 규탄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CP-2022-0037@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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