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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증오에 직면한 미국 내 유대인 및 팔레스타인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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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진행된 친팔레스타인 시위

OMAR MUSSA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선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어지던 도중 한 남성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미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및 유대계 시민들은 위협과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며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주도 해리스버그 소재 주 의사당 앞 계단에선 수백 명이 모여 평화롭게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성이 나타나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내뱉으며 총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팔례스타인계 미국인이자 이번 친팔레스타인 행사 조직에 도움을 준 오마르 무사(30)에 따르면 이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길을 찾아 도망쳤다고 한다.

무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 남성은 우리에게 공포심과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그 집회에 온 것”이었다면서 “사람들이 모이길 두려워하고, 진실 및 우리가 믿는 것에 대해서 말하기 두려워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혐오적인 발언을 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겨누었다는 이 남성은 현재 인종 차별적 위협과 테러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아랍계 미국인 차별 금지 위원회(ADC)’는 팔레스타인, 아랍계 미국인 및 이슬람교도 미국인에 대한 증오 사건 수백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으며, 미국 내 유대계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 측은 지난 7일 이번 분쟁이 시작된 이후 107건이 접수되는 등 반유대주의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1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러한 증오를 “방관하거나 침묵해선 안 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 및 유대계,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지도층은 중동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기에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소재 ‘증오 및 극단주의 연구 센터’를 설립한 브라이언 르빈은 “이번 갈등의 강도뿐만 아니라 지속 기간 등을 고려하면 상황은 계속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증오 범죄

이미 몇몇 사건이 발생해 미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일리노이주 플레인필드에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6살 난 소년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그의 어머니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집주인은 이들 모자의 종교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계속되는 갈등 때문에 이들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48km 떨어진 일리노이주 롬버드에선 한 남성이 이슬람교도 남성 2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경찰에 따르면 뉴욕시 지하철에선 한 남성이 단순히 그 여성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유타주에서는 몇몇 유대교 회당 신자들이 협박받았다고 신고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유대교 회당을 운영하는 랍비 샘 스펙터는 지난 8일 폭탄 테러 위협으로 어쩔 수 없이 예배 시작 1시간 전 행사를 중단해야만 했다고 했다.

“유타주의 모든 유대인 중심지에 폭탄을 설치했다. 몇 시간 안에 폭발할 것이다. 당신들은 모두 죽어 마땅하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근처 실내에 있던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신도 수십 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스펙터가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신도들을 향한 폭탄 테러 위협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달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부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증오에 찬 반유대주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펙터는 “사람들이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여기 미국에서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유대인 및 이슬람 공동체를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생을 충실히 살아가되 조심하세요’

이렇듯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일부 미국인들의 일상 활동은 제한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미국인 단체 네트워크(PAON)’의 지부장인 모하마드 압드-엘살람은 지난주 텍사스에 사는 한 남성으로부터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말을 들었으며, 살해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압드-엘살람은 이에 공공장소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압드-엘살람은 “벅차다”면서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는데, 동시에 이곳 미국에서의 내 신변과 우리 공동체의 안전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생일모자를 쓰고 있는 와데아 알-파유메

REUTERS
증오범죄로 사망하기 몇 주 전 생일을 맞이한 와데아 알-파유메(6)의 생전 모습

스펙터는 최근 몇 주간 자신이 운영하는 유대교 회당의 보안 조치를 강화했으며, 향후 몇 년 동안 회당의 보안 수준 강화를 위해 약 50만달러(약 6억5000만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내 유대인으로부터 예배 참석이 안전한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북미 유대인 연맹’ 소속 니브 엘리스의 설명이다.

엘리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대인으로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며, 조심하라는 충고를 건넨다”고 말했다.

한편 무사는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몇몇 이슬람 단체들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범이슬람 공동체를 마치 “하나의 거대 단일 조직”으로 잘못 보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히잡과 같은 종교적인 의복을 입은 이들이 종종 가장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소수자 혹은 이민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표적이 된다”는 무사는 “사람들은 이제 거리에 나가기 더욱 두려워한다”고 언급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긴장

소수 집단으로서 미국 내 이슬람교도와 유대인 공동체 모두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차별과 위협에 맞서왔다. 그러나 중동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 특히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 노스웨스턴대 소속 제시카 위네가 인류학 및 중동학 교수는 현재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토록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의 살상이 일어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위네가 교수는 “이번 분쟁에서 크게 고조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된 특성이 오히려 기름이 돼 긴장의 불을 더욱 지폈다고 말한다.

중동의 복잡하고 오랫동안 이어진 갈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이제 미국 내 좌, 우파 간의 또 다른 논쟁거리로 자리 잡았으며, 극단주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이 맞선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비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위네가 교수는 정부와 지역 사회 지도층들이 앞장서서 증오 행위를 비난하고, 양측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동정심을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무사는 자신도 펜실베이니아주 의사당에서 열린 집회에서 바로 이러한 점을 얘기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난했다.

정치적 기득권층 대부분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고통은 무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무관심이 우리를 동물처럼 대하고, 우리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고, 우리를 미국인으로 보지 않으려는 미국 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이번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철저한 지원을 약속하며 의회에 140억달러 규모의 추가 원조 계획안 승인을 요청하면서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가자 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도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숨진 모든 무고한 생명을 애도한다”면서 “평화롭게 살기만을 원하는, 그저 기회를 원하는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간애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일고 있는 분노가 어떻게 유대인과 이슬람교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미국 내 증오 범죄로 변할 수 있는지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통 받는 모든 분께 … 내가 여러분을 보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여러분들도 (이곳에) 속한 존재이다. 여러분 모두가 미국인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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