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하반기 팜테크 포럼
11월 3일 둘째 날 농식품 투자 세션…김준식 CJ인베스트먼트 CIO
“투자자의 지갑을 여는 건 3가지가 핵심이에요. 생산성·차별화·미래 가치, 이 3가지를 중점으로 CVC는 투자를 합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업을 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투자가 절실한데요. 스타트업들은 투자에 목말라있지만 큰 손들은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가치가 떨어진다는 거죠. 타 산업과 융합이 잘 안되는 농식품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코딩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기업을 뒤에 두고 있는 벤처캐피털(CVC) CJ인베스트먼트는 결정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벤처캐피털들이 생산성·차별성 등 투자 가치가 있는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투자 여부가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경영진의 의견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CVC 경영진은 농식품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더농부가 지난 20일 전화로 김준식 CJ 인베스트먼트 CIO를 인터뷰했습니다.
약학 박사 학위 취득 후 CJ 行
1000억짜리 신약 도입 사업도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CJ 인베스트먼트 최고 투자총괄자를 맡고 있습니다. 약학대 졸업 후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학교에 있다 보니 사무실 근무가 답답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김준식 CJ 인베스트먼트 CIO ⓒ CJ 인베스트먼트
▶약학 박사님이 연구 대신 기업을 선택하셨네요.
이직 이후부턴 연구가 아니고 사업개발 부서에서 일을 했습니다. 약사가 되지 않고 경영을 택한 건 연구도 재밌지만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었어요. 전공 기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운 좋게 일하게 됐죠. 이후 커리어를 쌓다 보니 CJ제일제당에서도 일하게 됐습니다. 이후 투자심사역으로도 업무를 하게 됐죠.
▶ CIO는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CIO는 Chief Investment Officer의 약자인데요. 한국말로 말씀드리면 투자 총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투자 결정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고요. 저희 같은 벤처캐피털 회사에는 투자 심의위가 있는데, 거기에 투표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 CJ 인베스트먼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CJ 계열사고요. 사내 4대 성장 엔진인 문화·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Culture / Platporm/ Wellness / Sustainably)에 맞춰 투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룹과 관련해서 신성장동력이라는 걸 찾아서 참고할 만한 유망분야를 발굴하고 선제적으로 투자를 하는 거죠.
▶CJ제일제당서 사업 개발을 하셨습니다
신약 도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화기 관련 중에 현재 연간 1000억 버는 약이 있어요. 그 약을 도입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편의점에 진열된 CJ에서 만든 가공식 ⓒ뉴시스
▶농식품 분야 투자 전문기업인가요
저희는 투자 회사다 보니까 농식품 쪽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요. 다만 저는 CIO긴 하지만 제 1본부장(식품 바이오)을 겸직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팜테크포럼에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웃음)
저희는 시장을 모니터링해서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요. 저희가 투자하고 나서 협업 포인트가 있을 거 같다 해서 다리를 놔드려서 협업하게 된 케이스도 있고요. 바이오 분야의 경우엔 밀접하게 협업을 많이 하는 곳은 없지만 바이오 기업 투자를 하면서 국내외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다리를 놔주고 있습니다.
▶농업 분야 투자는 활발한가요.
안타깝게도 투자 업계에선 농식품 관련 부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이 있어요. 초기 투자를 했을 때 J 커브를 그리면서 급성장하는 회사를 선호하거든요. 그런 시선에서 농식품 기업들이 취약한 건 맞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최첨단 기술 융합을 통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 없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 기회가 타 산업에 비해 자주 오지 않아서 그런 거라 생각해요.
▶벤처캐피털의 시선을 잡는 방법은.
생산성을 올리는 부분이 필요해요. 국내에선 기업이 잘 하진 못했지만 그린 바이오라고 해서 종자 개량, 스마트 농업, 자동화 등이 외국에선 이뤄지고 있어요. 정밀농업 기술 관련해서도 생산자분들이 협업을 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 부분에서 보면 스마트팜 같은 경우 작물 육종이나 토양 과학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명과학 바이오 쪽과 엮이면 더 좋겠죠. 예를 들어 어떤 작물을 키운다고 가정할 때 내년도 수확량을 모니터링하기가 어렵잖아요. 생각보다 과다하게 생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요. 특정 작물의 가격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시뮬레이션 한 뒤 예측해서 작물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가 필요할 거 같아요.
식물성 대체식품이나 세포 배양육 등을 만드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겠고요. 농업인들이 생산하는 작물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거도 좋죠. 과학 모델, 사업모델 등 융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스마트팜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하나요
벤처캐피털은 1차 생산하시는 분들에게 투자금을 대지는 않아요. 돈을 적게 투자해서 많은 성과를 내는 걸 지향하다 보니 스케일업이 빠른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요. 스마트팜이 투자 자금을 유치해 규모 있게 성장하려면 다른 농가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기술을 접목하고 융합해야 합니다.
▶농식품 스타트업의 출구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요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출구 전략이 제한적이다 보니 투자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M&A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매각도 쉽지 않아요. 적정 이자를 받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농식품 스타트업이 성공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요. 스타트업 입장에서 출구전략은 매각이겠지요. 많이 팔아서 많이 이익을 남기는 게 우선입니다.
농식품 경험·지식·의지 있는지
기술력·상품 차별화도 투자 기준
▶이번 팜테크포럼 강연 핵심은 뭔가요
CJ 인베스트먼트 투자 리스트 중 농식품 분야에 특화해서 발표를 하려 합니다.
▶CIO로서 투자 기준이 있으실까요
저 같은 경우는 창업 팀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요. 우선 적절한 경험과 지식과 (창업) 의지를 가졌는지를 보고요.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상품의 차별화 요소를 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비즈니스와 트렌드, 주변 환경도 고려를 하고요. 미래에 이 아이템&비즈니스가 필요할지 고민합니다.
▶농식품 스타트업의 미래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해야만 미래가 있을 거 같아요. 단순한 재배로는 한계가 있고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부가가치를 올릴만한 시도가 많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특히 농식품 분야가 부가가치가 취약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결국 먹거리는 사라질 수 없는 분야잖아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가고 있는 걸 감안하면 농업 쪽도 더 노력을 해야죠. 단독으로 힘들면 정부나 투자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젊은 후계농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박람회에서 인공지능 스마트팜 솔루션이 전시된 모습 ⓒ뉴시스
▶대량생산 vs 고품질, 고민됩니다
하나만 택하는 건 한계가 있을 거 같고요. 대량생산과 관련해선 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자동화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을 시도해야 하는 게 있겠고요. 다만 일반 소비자가 볼 땐 샤인머스캣처럼 하나의 작물이 잘 되면 너도나도 하다 보니까 쏠림 현상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차별점을 가져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배양육·건기식 등 트렌드 기업 투자는
지금은 아니지만 한동안 배양육에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배양육 기업들을 많이 지켜봤고 축종, 세포 배양 구조를 잡아 줄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트렌드를 생각해 보면 개인의 질병을 감안한 맞춤형 식품, 맞춤형 건기식 같은 게 앞서가는 투자 아이템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위한 병원식 같은 게 있죠. 벤처캐피털은 트렌드를 앞서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투자한 기업의 특징은
쿠팡 같은 기업처럼 기술 차별화, 상품 차별화가 가능한 기업을 선호하죠. 농업 분야에서도 쉽진 않지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작물을 이용해 신규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방식의 차별화가 가능할 겁니다.
▶농업 기술의 미래는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겁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자동화도 가속화될 겁니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의 고령화와 생산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민간이 기술 발전을 리드하는 건 한계가 있을 거 같아요. 농업 부문의 자생력이 부족해서죠. 정부가 농식품 분야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더농부 인턴 양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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