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 부 낫 에스텍비나 대표가 소방설비 생산 설비와 생산시설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이충연 에스텍시스템 부사장과 이 카응 응억 새니텍베트남 대표가 현지 방역·방제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유재훈 기자 |
한국기업에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이자 동남아 진출의 핵심 거점이다. 1억명에 달하는인구는 내수시장으로서 매력도 충분하다. 한국이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1위 자리를 지키는 이유다.
국내 1위 유인경비업체인 에스텍시스템(대표 이병화)이 베트남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지기업과 합작을 통한 현지화로, 시장 안착의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에스텍시스템은 2018년 현지기업 비엣세이프(Vietsafe)와 공동 출자해 소방설비시스템 기업 에스텍비나(S-TEC VINA)를 설립했다. 인력보안이 주력인 에스텍시스템이 새 비즈니스를, 그것도 해외에서 도전한 것은 적잖은 모험이었다.
1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하남성 킴방 동반4공단. 에스텍비나 방문의 첫 인상은 국내 여느 제조업 공장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축구장 1개 넓이를 훌쩍 넘는 1만㎡ 부지에 조성된 공장에서는 가스식 자동소화장치와 소화가스 충전설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베트남은 최근 수 년 새 소방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소화설비를 설치하는 기업, 다중이용시설이 늘고 있다. 베트남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 롯데몰, LG 생산공장, 엠코 등이 에스텍비나의 소방설비를 도입했다. 관련 사업을 처음 시작한 에스텍비나는 대단위 면적의 소방설비 분야에선 현지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체제를 갖췄다.
이런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아파트, 소형공장 등에 적합한 소형 소화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은 물론 인근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공급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장 확대에 발맞춰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20억원에서 올해는 1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수년 내 베트남 증시 상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트란 부 낫 에스텍비나 대표는 “에스텍시스템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식한 소방설비는 베트남 시장은 물론 정부에서도 소방설비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며 “현지생산을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납기단축이나 사후관리에 유리하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바로 생산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에스텍시스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지기업 피사(FISA)와 합작해 지난해 10월 방역·방제 브랜드인 ‘새니텍베트남(Sanitec Viet Nam)’을 설립했다. 국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새니텍의 DNA를 베트남에 접목해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하노이 도심에 위치한 새니텍베트남 본사를 방문했다. 베트남은 최근 방역·방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유럽·중국 등 해외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새니텍베트남은 지난해 10월 설립돼 한국기술을 무기로 현지화에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롯데센터 하노이, 롯데아쿠아리움, A25호텔 등 주요 랜드마크와 서비스계약을 체결했다.
이 카응 응억 새니텍베트남 대표는 “해외 경쟁사들이 베트남 현지정서와 동떨어진 것과 달리 한국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한국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은 점도 긍정적”이라며 “소방설비를 설치하는 에스텍비나와 정보교환, 공동마케팅 등 협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초 호찌민 지사를 설립하고 나트랑, 다낭 등 주요 도시에 영업망을 강화해 5년 안에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것”이라 했다.
에스텍시스템의 베트남사업을 총괄하는 이충연 부사장은 “에스텍비나와 새니텍베트남은 단순한 합작기업이 아닌 가족과 같은 관계다. 한국기업 중 합작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한 사례가 많지만, 에스텍비나와 같이 빠른 시간에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노이=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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