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자신의 경제 성과인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임시휴전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이 나오자 “인질들이 풀려난 후에 (휴전 여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UPI]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지상전 개시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이 추가 인질 석방을 우선순위로 물밑에서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거듭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에서 지상군을 투입한 기습작전을 감행하는 등 강도 높은 대(對)하마스 보복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며 서방의 기대와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가 일제히 이스라엘 정부 측에 비공식적으로 대하마스 공세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CNN은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인질 협상 진전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미 정부는 공개석상에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강조해왔다. 전날에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은 지난 20일 하마스가 인도주의적 이유로 인질로 잡아둔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한 이후부터 인질 협상을 위한 추가시간 확보가 미 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현재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은 222명으로 파악되고 있고,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10여명의 미국인들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인질로 붙잡혀 있던 이스라엘인 누릿 쿠퍼와 요체베드 리프시츠가 하마스로부터 풀려나고 있다. [로이터] |
하마스는 이날도 사흘만에 이스라엘인 여성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 배경에 대해 “우리는 점령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그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분쟁 확산을 완전히 막을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인질들을 단계적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임시 휴전에 관한 취재진들에 질문에 대해 ‘선(先) 석방 후(後) 휴전 논의’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면서 “그리고 나서 (휴전 여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로이터는 유럽 정부들도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정상 등과 가자지구 인질문제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인질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서방의 물밑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지상전 임박 신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이스라엘 연대 시위대들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행방불명됐거나 인질로 붙잡힌 이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 |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 인근 해군부대를 방문해 “우리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육상과 해상, 공중 동시에 진행될 치명적인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전날밤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기습작전을 펼치며 하마스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 부대 사살을 위해 밤사이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한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 실행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상전 연기’에 대한 서방의 압박과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엘리아브 벤자민 주미 이스라엘 부대사는 이스라엘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필요할 때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상전 계획에 미국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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