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26~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 샹산포럼에 초청받아 미·중 간 군사 소통도 이어지게 됐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오는 26~28일 워싱턴에서 왕 부장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중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양자 및 역내 이슈, 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무부는 “미국은 외교를 통해 국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이견이 있는 이슈는 해결하며 초국가적인 공동 과제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조 바이든(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의제 등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WSJ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면서도 “회의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2017년 4월이 마지막 미국 방문이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다만 미중 양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미국은 첨단 기술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가속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도 8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흑연 수출 통제 방침도 밝히며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양국은 상반된 대응을 하고 있다.
한편 마이클 체이스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애틀랜틱카운슬 주최 세미나에서 중국의 샹산포럼 참석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 주도 군사안보포럼인 샹산포럼은 올해 10회째로, 이달 29~31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은 올초 정찰위성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은 뒤 여름부터 고위급 대화를 재개했지만 국방 분야 대화는 거부해 왔다. 체이스 부차관보는 “과거 수준에 맞는 참석자를 보낼 예정” 이라며 “조만간 군사적 대화를 진행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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