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인 누릿 쿠퍼(79), 요체베드 리프시츠(85)를 적신월사를 통해 이집트 측에 인계하고 있다. 하마스 대변인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고령의 여성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20일 미국인 인질 2명을 먼저 풀어줬다. [AP] |
“인질들이 풀려난 다음에야 (휴전 여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임시 휴전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선(先) 석방 후(後) 휴전 논의’ 방침을 분명히 했다. 유엔 등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와 지상전 위기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기 위해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지상전을 늦출것을 요구하면서도 휴전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같은날 CNN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 휴전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 그들에겐 하마스 지도부를 응징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다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격퇴 작전은 지지하되, 지상전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가 일제히 이스라엘 정부 측에 비공식적으로 대하마스 공세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CNN은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인질 협상 진전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신들은 지난 20일 하마스가 미국인 모녀 2명을 석방한 이후부터 인질 협상을 위한 추가시간 확보가 미 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현재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은 222명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 가운데 10여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유럽 정부들도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정상 등과 가자지구 인질문제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인질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서방의 물밑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지상전 임박 신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국경 근처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 인근 해군부대를 방문해 “우리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육상과 해상, 공중 동시에 진행될 치명적인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구글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실시간 교통 상황 데이터 제공을 중단했다. 이같은 조치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교통 정보는 이스라엘 군대의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는데, 전면적인 지상전을 앞두고 IDF가 자국 군대의 동향이 노출될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밤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기습작전을 펼치며 하마스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 부대 사살을 위해 밤사이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한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 실행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상전 연기’에 대한 서방의 압박과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엘리아브 벤자민 주미 이스라엘 부대사는 이스라엘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필요할 때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상전 계획에 미국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을 일축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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