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차그룹에 이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허위매물 방지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환불제도’까지 앞세워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본격적인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인증중고차란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정비와 점검을 마친 중고차를 말한다. 대상 차량은 5년·10만km 이내 무사고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는 이미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의 인증중고차 매장은 100여 곳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로 등록했다. 이어 매집-상품화-물류-판매에 이르는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일단 두 달여 남은 올해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설정했다. 내년에는 2만대 수준으로 판매 대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이달 중 중고차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KG모빌리티도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5년·10만 킬로미터(㎞) 이내 KG모빌리티(옛 쌍용차)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대차그룹과 유사하다.
당초에는 연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의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 중고차시장 진출에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며 내년 이후에나 사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은 중고차 시장에서 영세 사업자 보호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놓고 논란이 있어 왔다. 이미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수입차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간 정보 비대칭으로 허위·미끼 매물 등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비판받아왔다. 이에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들은 크게 기대하는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고차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플랫폼 업체를 중심으로 환불제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케이카가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이후 현재 엔카닷컴, 리본카(오토플러스) 등도 환불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카는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환불제도를 도입했다. 비대면 온라인 판매 서비스인 ‘내차사기 홈서비스’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후 3일간 운행 후 불만족할 경우 100% 환불해 준다. 차량 탁송비를 제외하고, 수수료나 재상품화 비용도 받지 않고, ‘단순 변심’도 환불신청 기한 내에만 신청하면 받아 준다.
엔카닷컴과 오토플러스 등 다른 중고차 업체들도 환불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다만, 업체별로 기간이나 주행거리에 따라 수수료나 재상품화 비용 등 추가 비용을 발생할 수 있다.
중소 중고차 매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의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고품질의 중고차 매물을 싹쓸이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
중고차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신뢰도 회복에 총력을 다해 대기업과의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내 본격 운영을 목표로 자동차매매공제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고차 매입부터 진단, 판매, 보증, 관리, 시승 보험, 온라인 구입 토대 마련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보호와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다는 계획이다.
자동차매매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매우 유감이지만,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제조사들의 중고차 시장 공식 진출 이후 상생과 소비자 혜택 등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