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의 드라마 출연료를 분석한 결과 회당 받는 주연과 단역 배우의 출연료 차이가 최대 2000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상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울산 북구)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년간 방송된 9개 드라마 중 주연과 단역의 출연료 격차가 가장 컸던 드라마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이 주연한 SBS ‘법쩐’이다. 회당 연기자 최대 출연료는 2억 원이었고 최저 출연료는 10만 원이었다. 주연과 단역의 몸값이 무려 2000배의 차이가 났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 또한 주연과 단역 간 출연료 차이가 컸다. 방영 1회당 최대 출연료는 1억 6000만 원이었고 최저 출연료는 20만 원으로 800배 차이가 있었다. 동북공정, 역사왜곡 등의 논란이 있었던 JTBC ‘설강화’의 최대/최저 출연료는 1억 1000만 원/15만 원으로 733배 차이였다. MBC ‘금수저’는 주연이 7000만 원, 단역이 10만 원을 받아 700배의 차이를 보였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통용되는 단역 연기자의 최저 출연료는 1회당 20~30만 원이 보편적이었다. 1회 방송분을 촬영하는 데 평균 2.63일이 걸렸고 하루 촬영에서 연기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대기시간 3.88시간을 포함해 9.99시간이었다.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통용되는 최저 출연료(최빈값)는 1회 방영 회차당 20~30만 원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연기자가 1회 방영 회차당 평균 촬영 일수는 2.63일, 1일 촬영일에 드는 연기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대기시간 3.88 시간을 포함해 9.99시간, 즉 10시간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일 지속되고, 3일 가까이 소요되는 촬영에도 불구하고 단역 연기자들의 손에 쥐어지는 출연료는 고작 20~30만 원 수준인 것이다.
해외의 경우 실제 촬영일수나 시간을 기준으로 출연료가 책정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며칠의 촬영에 임했는가와 상관없이 방영 회차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실제 연기를 위해 투여된 노동력과 시간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연기자의 출연료는 ‘통계약’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어 출연료가 낮은 단역 배우들은 지방 출장비·의상비 같은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령하게 되는 시간당 출연료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거나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았다.
이 위원장은 “출연료 하한선의 설정을 통해 연기자들에게 최소한의 기준과 보상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상향 평준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열악한 출연료로 생계를 위협받는 단역 연기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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