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취임식에서도 어김없이 나온 화끈하고 시원시원한 발언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 떠났다가 ‘구도'(球都) 부산 야구의 선장이 된 김태형(55)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의 입담은 여전했다.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우승’이라는 목표를 마치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주저하지 않고 드러내 보였다.
두산 베어스에서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차지한 명장답게 “우승이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2015년 두산 감독으로) 겁 없이 우승을 말했다. 이번에도 이 자리에서 우승이 목표라고 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선수들도 각오해주길 바란다. 마음가짐을 다져주길 바란다”고 예고했다.
적당한 마음으로 야구할 생각은 버리고, 우승이라는 공동 목표로 전력 질주하자는 새 사령탑의 당부다.
김 감독은 처음 두산 감독으로 취임할 당시 두산 구단으로부터 FA 투수 장원준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장원준은 2015년 12승, 2016년 15승, 2017년 14승을 거둬 ‘두산 왕조’를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롯데에서 어떤 선수를 ‘취임 선물’로 준비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감독은 “취임 선물로 3년 총액 24억원이나 받았으면 엄청난 것”이라면서 “구단에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감독은 선수가 많을수록 좋다. 구단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와 NC의 ‘낙동강 라이벌’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한 NC는 2020년 통합 우승을 비롯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이 됐다.
롯데는 1992년이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며, 2013년 이후 가을야구를 경험한 게 2017년 한 해뿐이다.
김 감독은 자존심이 걸린 두 팀의 라이벌 경기에 대해 “구단에서 ‘신경 좀 쓰셔야 한다’라고 말하면 그때는 신경 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똑같이 그대로 경기할 것”이라고 시원하게 답했다.
시즌 초반 선두로 치고 나섰다가 후반기 추락한 롯데의 올 시즌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초반 기세가 좋을 때 ‘무리다’ 싶을 정도로 밀어붙였다. 어느 정도 (승패가) 넘어가는 경기를 판단해서 움직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감독다운 관록을 내비쳤다.
그래도 한 시즌 해설위원으로 일하며 부드러움과 따스한 시선은 ‘한 숟갈’ 더했다.
두산 시절 김 감독은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어린 선수에게는 굳이 직접 말할 필요 없이 눈빛 한 번으로 모든 의미를 전달했다.
김 감독은 해설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으로 “어린 선수가 실수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면서 “소속 팀만 보는 것과 해설하며 여러 팀을 보는 게 다르더라. 야구관 자체가 달라졌다고는 못 해도, 느껴지는 점은 있었다”고 했다.
리그에서 재능이 뛰어난 젊은 선수가 가장 많이 모인 롯데에 필요한 지도자라는 점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팬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가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여름부터 롯데 팬들께서 제 이름을 (감독 후보로) 많이 이야기 해주셔서 좋았다. 열정적인 선수들과 좋은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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