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동 시장에서 신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기회 창출에 나서고 있다. 1970년대 이 지역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성장 토대를 닦은 건설 계열사들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기간 중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시키는 등 이 같은 청사진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이하 아람코)로부터 초대형 가스플랜트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조인트벤처(이하 현대엔지니어링 JV)가 지난 2021년에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부지 바로 옆에 조성될 예정으로, 자푸라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와 황을 회수하는 설비 등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 JV는 황회수설비 패키지와 유틸리티 기반시설을 담당한다. 계약금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 JV는 글로벌 건설사들과의 입찰 경쟁 끝에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Phase-1)’에 이어 증설 프로젝트(Phase-2)까지 수주해 발주처인 아람코로부터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 6월 양사가 50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은 쾌거로,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단일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정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6년 ’20세기 최대의 공사’로 불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었다. 당시 9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 총액은 당시 대한민국 국가 예산의 25%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대통령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우디 건설현장을 방문해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정 회장은 23일(현지 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이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중동 시장에서 건설뿐 아니라 전기차 등 완성차 생산과 함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해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에 나서는 등 신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Complete Knock Down)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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