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깎기 전략(Mowing the grass strategy)’은 작은 규모의 충돌이나 도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큰 전쟁을 피하며 안보를 유지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응 전략이다.
잔디가 조금 자랄 때까지는 그대로 내버려 두다가 어느 정도 무성해지면 깎는 것처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작은 도발은 지켜보다가 일정 수위를 넘는다 싶으면 무력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2007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모두 네 차례 전쟁을 벌였다. 그래도 이스라엘은 잔디 깎기 전략에 따라 17년 동안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자를 통제하면서 주기적으로 공습과 포격을 가하거나, 지상군을 투입(2008년과 2014년 두 차례)했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정치적·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이런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며, 안보를 유지해온 것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잔디 깎기 전략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라는 잔디를 깎으려 할 때마다 잔디는 항상 이전보다 더 자라 있는 바람에 잔디 깎는 비용과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5월에도 무려 11일에 걸쳐 F-16 전투기 등을 동원해 정밀 유도폭탄으로 하마스의 지하터널, 특공대 대원과 선박, 로켓 1만4000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 100여명을 포함한 243명이 희생됐다.
그런데 불과 1년 반 뒤에 하마스는 로켓 5000발을 발사해 이스라엘의 방공망인 아이언돔을 무력화했고, 행글라이더와 보트를 이용해 분리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영내로 침입했다. 깎인 줄 알았으나 깎이지 않았던 잔디 하마스의 예상 밖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400명 이상이 숨지고 200여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2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만 5000여명이 숨졌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두고 이스라엘 정부에서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군 고위 관계자들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한 지상전이 임박했다고 예고해 왔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한 지 17일이 지난 지금까지 지상 작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과 서방 외교관들은 이스라엘군의 부족한 준비 태세부터 하마스가 억류 중인 200명 이상의 인질에 지상 작전이 미칠 영향, 레바논 남부의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전쟁에 개입할 우려 등이 지상 작전 개시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마스 제거 이후 가자지구의 운명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하마스를 파괴한다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알카에다를 파괴하면 ISIS(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가 생긴다. 하마스를 파괴하면 하마스 2.0이 생긴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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