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 요금 인하에 이어 단말기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제조사와 통신사를 국정감사장에 한꺼번에 불러 중저가 단말 부족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 대상 감사를 진행하기 전 전체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임원의 출석을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과 한명진 SK텔레콤 부문장을 오는 27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 때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는 박완주 무소속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단말기 가격 상승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저가 단말 판매를 확대할 의사가 없는지 제조사와 통신사 임원을 불러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당초 과방위 여야는 삼성전자와 통신사 고위 임원을 종합감사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목요일까지 끝내 증인 명단에 합의하지 못하며 증인을 한 명도 부르지 못한 채 국감을 마치게 될 상황이다. 참고인으로라도 신청해 제조사와 통신사의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사실 삼성전자의 증인 출석은 여야 협의가 됐던 사안인데, 다른 기관 증인을 두고 여야 협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며 “삼성이 중저가 단말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 역차별에 대해 국정감사장에 나와 해명하고, 향후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YMCA 시민중계실의 ‘휴대전화 단말기 이용 관련 이용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85%가 현재 사용하는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 의원은 “가계통신비 부담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이 단말기 가격이라는 것이 통계로 확인됐는데, 정부의 정책은 아직까지도 통신 요금 인하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단말기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며 저가 단말 확대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요청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이동통신 3사 대표와 만나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 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 폴더블 시리즈 같은 고성능 기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도 등을 타깃으로 출시한 저가 단말기를 판매하더라도 실제 수요는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4위는 갤럭시S22 시리즈와 Z플립4, 아이폰1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싸게 사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지, 중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적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