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가 24일(현지시간)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관계’를 강화하고 경제·안보·사회·과학기술·문화 등 전방위에 걸쳐 양국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사우디는 1962년 수교 이후 8차례 정상급 교류가 있었다. 그러나 공동성명을 채택한 건 1980년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가 유일했다. 첫 공동성명은 선언적인 성격이 강한 12개 조항으로 구성됐지만 이번에는 보다 실질적인 내용의 44개 조항으로 대폭 늘었다.
공동성명에는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발전(3개항) △교역과 미래지향적 산업 분야 투자 확대(7개항)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 강화(5개항) △국방·방산·대테러 협력 강화(2개항) 등이 담겼다.
또 △에너지와 기후변화 분야 협력 강화(7개항) △문화 교류·관광 증진을 통한 미래 세대 간 상호 이해 증진(5개항) △새로운 분야로 협력 다변화(7개항) △국제·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십 범위 확대(8개항) 등도 포함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원유 수출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확보했지만 탈탄소 시대를 직면해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대개혁이 시급하다. 이에 극히 짧은 시간에 세계 최빈국에서 첨단 제조업‧문화강국으로 일어선 한국은 일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복합 위기에서 수출 시장 개척이 시급하며 든든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는 필수적이다. 과거 1970년대 사우디 건설 등 ‘중동 붐’으로 오일쇼크를 극복한 것처럼 기존 건설과 함께 디지털과 바이오헬스, 방위산업 등 사우디와 복합 협력을 추진해 ‘제2의 중동붐’으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에 달하는 계약과 양해각서(MOU) 51건(계약 8건·MOU 43건)을 체결했다. 공동성명 채택은 이를 뒷받침하고 향후 네옴(NEOM)시티 등 사우디 메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중동 국빈 순방 일정을 이어갔다. 카타르는 우리의 제2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국가로 내년에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 국영 통신사 QNA와 서면 인터뷰를 하면서 “에너지, 건설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협력 분야를 투자, 방산, 농업, 문화, 인적교류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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