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코끼리물범(남방코끼리물범·학명 Mirounga leonina)이 집단 폐사했다. 현지 동물단체는 코끼리물범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죽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야생동물보존협회(WCS)에 따르면 최근 남부 추부트주 발데스 반도 해안가에서는 코끼리물범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WCS는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부에노스아이레스 중앙국립대(UNICEN) 연구팀과 함께 실태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죽은 개체가 주로 새끼 코끼리물범인 것을 알아냈다.
올해 새끼 코끼리물범의 폐사율 수치는 56~74%로 나타났다. 이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WCS는 관련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남방코끼리물범 번식기(9∼10월) 동안 새끼 폐사율은 1% 미만으로 유지된다”며 “그 기록은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수십년간 이어졌다”고 했다. 해안 지역에서 관찰된 성체 개체 수 역시 평소보다 40∼70% 감소했다고 WCS는 전했다.
연구팀은 코끼리물범들이 죽기 전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제비갈매기를 비롯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은 개체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WCS는 “(코끼리물범) 사체에서 샘플을 채취해 고병원성(H5N1)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만약 조류 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된다면, 이는 코끼리물범 대량 폐사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영향을 미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르헨티나에선 지난 8월에만 바다사자 280마리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려 폐사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해수욕장 마르델플라타에선 바다사자 5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댄 우루과이에서도 바다사자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됐다. 현지 농축산부는 지난달 “간이검사에 이어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우루과이에는 ‘바다사자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중남미 최대 바다사자 서식지가 있다. 이에 현지 언론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 퍼지기 시작하면 바다사자 피해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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