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 안건 이사회 이달 30일 개최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심사 발목… 이사회 ‘분수령’
산은 “화물 매각 피해 제한적일 것… 합병이 국가에 유리”
오는 30일 화물사업부 매각 관련 중대 결정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이마에 주름이 늘고있다. 내부에서는 노조와 전임 사장단의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강석훈 산은 회장이 합병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밝힌 탓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만큼 이사회 결정에 적지않은 압박이 가해진 셈이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질의에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시아나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 회장은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데에는 일부 인정하기도 했지만,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이미 상당 부분 심사가 진행된 데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투입된 자금 회수의 측면에서도 합병을 성공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강 회장은 “아시아나-대한항공 기업 결합은 대내외적으로 공포한 상태이고, 합병 과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재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합병 성공시 투입한 공적자금의 (회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국가 전체적으로 합병이 더 유리하지 않겠냐는 판단”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화물사업부 매각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EU가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심사 과정에서 화물 독점 방지 차원에서 요구한 시정조치와 관련, 대한항공이 화물 사업부 매각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화물 매각이 이뤄지기 위해선 아시아나 이사회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을 부결할 경우 사실상 기업결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U가 요구한 ‘화물 독점’을 해소할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3년을 끌어온 합병 최대 분수령의 키를 아시아나 이사회가 쥔 셈이다. 아시아나 이사회는 총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안건 통과를 위해선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을 매각하더라도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 산은을 최대주주로 둔 만큼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산은 눈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어 이사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고,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 역시 현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화물사업 매각 건을 부결해달라’는 요청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의 의견도 팽팽히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는 상황에서 3년간 이어진 합병작업을 심사국의 불승인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손으로 직접 끊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 1700% 훌쩍 … 아시아나 '독자생존' 가능할까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인지에 방점을 두고 선택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무산되는 결과를 낳더라도 화물 사업부를 지켰을 때 아시아나항공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U가 합병 심사에서 화물 매각을 걸고 넘어진 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화물 사업이 크게 호황을 누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코로나 여파로 여객 수요가 줄고 해상 운송 수요가 항공 화물로 몰리면서 1조289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화물 사업부 매각이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76.7%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다만, 엔데믹 진입 후 화물 매출 비중이 다시 20% 수준으로 정상화됐단 점을 감안하면 화물 사업으로 인한 호실적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매출에서 화물기로만 실어 나르는 매출의 비중은 15%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객사업 등의 매출 비중이 많게는 85% 수준에 달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이어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문학적인 수준의 부채비율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에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무려 1741%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진입 후 화물 사업 매출 비중이 크게 하락했고, 화물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공중분해될 지 모른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며 “지금으로선 화물사업부를 고집하기 보다는 대한항공 인수가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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