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전자·정보기술(IT)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양국의 미래 기술 혁신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와 한국을 대표하는 ‘KES(한국전자전)’간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과 게리 샤피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은 25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양국의 기술 혁신을 도모하고 ‘CES-KES’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해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기술 혁신의 요람…한·미 협업 기회 많아”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운영을 오랫동안 진두지휘해 온 만큼 국가별 기업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가 풍부하다. 평소 한국의 기술 혁신에 대해 높이 평가해 온 그는 지난 24일 한국전자전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KEA와 협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샤피로 회장은 “한국은 글로벌 기술 산업의 성공과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혁신과 기술 진보의 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CES 2023에서도 한국은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참가했으며, 내년 행사에도 한국기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CTA는 파트너십을 중시하며 늘 신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왔다”며 “한국은 기술혁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에 처음으로 KES 기조연설을 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KEA는 게리 샤피로 회장 방한을 계기로 CTA와 협업 모델 발굴을 약속했다. 양 기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전용 연락 채널을 구축하고, 마케팅·산업정보 교류 두 가지 축을 중점적으로 협업할 예정이다.
박청원 부회장은 “내년 CES 전시회에 처음으로 KEA 회원사를 중심으로 맞춤형 참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상호 전시회(CES·KES)를 기반으로 협회 간 교류뿐 아니라 회원사간 교류도 정례화해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적극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산업 동향 관련 정보교류와 에너지 절감, 탄소중립 등 친환경 이슈 공동 대응을 위한 업계 현안도 공유할 계획”이라며 “시장규제, 표준화, 특허 관련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공동입장 표명 등 유리한 정책수립 환경 조성에도 손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업으로 CTA는 외연확장을, KEA는 세계화라는 내부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
30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하는 CES는 주요 고객이던 중국 기업의 참여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도 점차 CES보다는 자체 행사에서 혁신 기술을 먼저 공개함에 따라 참가기업 확대와 혁신 아이템 확보가 과제다.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CES 참가 기업이 많은 나라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혁신 스타트업의 관심도 높다. KEA와 협업은 우수한 한국 기업의 CES 참가를 유도하고, 혁신 아이템 선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설립 47주년을 맞는 KEA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지탱한 최대 협회다. 주력 사업인 KES는 국내 가전·IT기업이 총출동하지만, 국내 행사라는 한계가 있다. CTA와 협업은 글로벌 전시 모델을 국내에 이식하는 한편 해외 전문가를 초청, 콘텐츠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지속가능성 화두…AI 열풍도 이어져“
현재 전자·IT분야를 포함해 전 산업군에 불고 있는 ‘지속가능성’ 이슈는 기술적 트렌드를 넘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주요한 가치인 만큼 내년에도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국내 주요 전자기업은 ESG 비전과 리더십을 미래사회 기업존속을 위한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경영방침에 반영 중”이라며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정책 선도국 규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분야별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샤피로 회장은 “지속가능성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해 CES 2024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 에너지관리 도구뿐 아니라 대체전력 에너지원, 교통수단의 전동화, 배터리 재활용 등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전환 시대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인공지능(AI)도 내년 주요 기술 트렌드로 꼽았다. 전통적인 가전산업을 디지털 기반 스마트가전 시대 진입을 앞당긴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산업 전방위 확산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샤피로 회장은 “AI를 활용한 마약 탐지나 질병 진단 등 건강 개선 효과와 함께 맞춤형 돌봄, 강화된 홈 보안서비스 등도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해 거의 모든 기업인이 AI 활용법에 상당히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가전산업과 AI의 융합·응용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라며 “AI가 탑재된 전자제품은 사용자 선호나 습관을 학습해 효율적이고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전 시장 불황은 올해까지 이어지지만 내년 주요 제품 교체 주기가 도래함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수요 회복과 별개로 기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 시도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놨다.
샤피로 회장은 “올해 경제전망이 예상보다 낙관적이었음에도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며 “CTA 연간 미국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유통업체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내년에는 주요 하드웨어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도 “올해 글로벌 가전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가량 줄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글로벌 가전시장은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차별화에 성공한 기업 위주로 시장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내 주요 기업은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AI 기술을 도입해 다양하게 연결된 가전이 소비자 상황과 패턴을 감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존 제품에 첨단기술과 콘텐츠, 서비스를 접목한 프리미엄 전략이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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