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항공·HMM M&A ‘암초’
한전 적자에 BIS비율 ‘롤러코스터’
KDB산업은행이 맡고 있는 굵직굵직한 기업 구조조정들이 난항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KDB생명 새 주인 찾기가 다섯 번째 실패한 데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HMM 인수 과정도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이로 인해 공적자금 회수가 늦어질수록 산은의 재무 건전성 관리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앞서 산은은 2010년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함께 KCV칸서스밸류PEFPF라는 사모펀드를 설립해 KDB생명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어 7월 하나금융지주를 KDB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석 달 만에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의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이 인수 후 회사 정상화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부담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DB생명의 새 주인 찾기가 실패한 것은 이번까지 총 5번째다.
현재 산은이 추진 중인 HMM 매각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도 순탄치 않다. HMM의 경우 높은 몸값이 문제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은 입찰적격후보로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세 곳을 추려 지난달 6일부터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최종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산은은 그간 연내 HMM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으나, 업계에서는 HMM의 매각가격이 5조∼7조원 정도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후보 세 곳 모두 자체 여력으로 HMM을 인수하기 어려운 탓에 유찰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해외 경쟁당국이 허락해주지 않아 성공이 불확실한 상태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양사 합병으로 유럽 화물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며 관련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산은의 남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실패할 경우 기존에 투입한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전력 적자로 산은의 자본 건전성이 위태로운 가운데 재무 부담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로 최대주주였던 산은의 재무 건전성은 악재를 맞았다. 산업은행의 1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11%로 13%대를 턱걸이 했지만, 2분기엔 이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BIS 비율 마지노선은 13%다.
다행히 산은이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을 신속히 판 덕분에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산은이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에 매각한 충당금 1조2000억을 환입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해 정부로부터 78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2분기 BIS비율을 14.11%까지 끌어올렸다. 남은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히 해결되지 못할 경우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회장이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등 매각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지만 큰 숙제에서 막힌 모습”이라며 “매각이 실패할 경우의 플랜B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않는 이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