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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손실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사실상 독자생존이 어려운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합병 불발 시 아시아나에 추가 지원은 없다며 공개 압박하고 있어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 매각에 찬성해 EU(유럽연합)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 경쟁당국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화물매각 거부시 독자생존 불투명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원유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6인으로 구성된 아시아나 이사회는 오는 30일 예정된 임시 이사회에서 화물사업의 매각 의결 여부에 사실상 찬성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진행된 국정 감사에서 “이사회가 (화물사업을) 살리기로 의결하면 또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투입될지 알 수 없다”라면서 이사회를 향해 강한 메시지를 날렸다. 아시아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아시아나는 올 상반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6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아시아나의 부채는 상반기 별도 기준 12조원에 달한다. 아시아나의 2분기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741.3%로 타 항공사 대비 훨씬 높다. 대한항공만 하더라도 200%대이며, 세계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800% 수준이다. 최근 단기차입금 2조5000억원에서 7000억원을 상환했지만, 이로 인해 가용 현금이 줄었으며 자회사인 에어서울에 자금도 빌려준 상태다.
이런 아시아나가 채권단의 압박을 외면하고 화물 사업부 매각안을 부결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없이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2019년 수익성 개선을 위해 퍼스트 클래스도 폐지하는 등 풀서비스캐리어(FSC)로서 특징 일부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 매출이 2021년 팬데믹 당시 3조1492억원에 달할 정도로 알짜임이 분명하지만 매각 불발시 독자생존이 어려운 아시아나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현재 화물사업 비중은 아시아나 전체 매출액의 20%대 수준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EU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계획이 담긴 시정서를 전달하면 조건부 승인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비롯한 이행 조치가 시행됐을 때 합병을 최종 승인해주는 방향이 예상된다.
◆ 합병 불발 시 한진해운 전철 밟을 듯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두고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최종 실패할 경우다.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아시아나 화물 매각 관련 내용을 담은 시정서를 제출했음에도 예기치 못하게 미국 등에서 불승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날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법무부가 아시아나에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소송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질의하자 강석훈 산은 회장은 “(합병과 관련해)플랜B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만일 소송이 이뤄진다면 이번이 마지막 트라이(시도)라며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지난 5월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회원사인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이 델타항공과의 노선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을 매각키로 했음에도 미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합병이 최종 불발될 경우 사실상 제3자 매각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거 한진해운 사태를 떠올리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시아나에 불리하다”면서 “만약 합병 불발 시 최악의 경우 한진해운처럼 청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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