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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갈등…해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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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1월 A씨(33)는 오늘도 여전한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윗집을 찾았습니다. 윗집 주인 B씨는 화가 난 A씨를 달래기 위해 “술 한잔 하자”며 손을 잡아끄는데요. 이후 둘은 인근 술집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의 주제는 아니나다를까 층간소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화 중 감정이 상한 B씨는 A씨의 뺨을 때렸고 이에 격분한 A씨를 향해 주먹을 휘두릅니다. A씨는 약 50분간 B씨를 총 160회 폭행했는데요. 평소 지혈 장애가 있던 B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얼굴과 머리, 가슴, 배 등 다발성 손상에 따른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어진 경찰조사에서 A씨가 전직 씨름선수였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줬는데요.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취한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제가 맞게 되자 화가 났던 것 같다”고 항변했습니다.
 
사건 1심 법원은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심 법원은 “전직 씨름 선수인 A씨가 가해 당시 사망이라는 결과도 충분히 예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지혈 장애를 갖고 있던 피해자의 지병이 사망이라는 결과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와 검찰 모두 1심 판단에 불복 항소하는데요. 2심 법원은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의 신체조건과 상해 정도, 병원 이송부터 사망까지의 경위 등을 보면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이같은 사정을 모두 살핀 원심의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형법은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폭행치사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혀 사망하게 한 경우는 상해치사죄로 처벌하는데요. 폭행치사죄와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법상의 형량은 동일합니다. 범행의 고의가 폭행인지 상해인지에 따라서만 구분될 뿐인데요. 다만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서는 상해치사를 폭행치사에 비해 더욱 무겁게 보고 있습니다. 

형법

  제259조(상해치사)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62조(폭행치사상) 제260조와 제261조의 죄를 지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른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늘어나는 층간소음 범죄…해결책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요. 살인, 폭행, 특수협박, 재물손괴 등 범죄 양태도 다양합니다. 
 
지난 4월에는 경기 의정부에서 아래층 주민과의 층간소음 문제로 집안에 부탄가스 570개를 쌓아두고 불을 지른 3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남성은 현주건조물 방화미수와 살인예비 등의 혐의를 받았는데요. 수사 과정에서 방화 당일 흉기를 들고 아래층을 배회하는 모습과 살인계획을 세운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경기 수원에서는 40대 남성이 벽간소음 문제로 이웃주민을 살해한 뒤 자수한 일도 있었는데요. 수원시 소재의 빌라에서 거주하던 남성은 “앰프 소리가 시끄럽다”며 30대 이웃 남성을 찾아가 항의하다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흉기로 이웃 남성을 살해했습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건수는 총 4만393건에 달합니다. 5년 전인 2017년의 2만2849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불어난 수준인데요.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층간소음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층간소음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층간소음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보면 현재 주간 43dB(데시벨), 야간 38dB인 공동주택 직접충격소음 기준 중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이 주간 39dB, 야간 34dB로 4dB씩 강화됐습니다.

건설업계는 건설 기준 이상으로 바닥재를 두껍게 시공하거나 층간소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최신 공법을 적용해나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아파트가 보와 기둥 없이 내력벽이 상판을 지지하는 벽식 구조로 지어져 있는데요. 이런 구조가 특히 층간소음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벽식구조에서는 바닥의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층간소음 정도에 긴밀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슬래브를 벽식구조 기준 210mm 이상으로 만들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 약칭: 주택건설기준규정 )
 
제14조의2(바닥구조) 공동주택의 세대 내의 층간바닥(화장실의 바닥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다음 각 호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는 210밀리미터[라멘구조(보와 기둥을 통해서 내력이 전달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공동주택은 150밀리미터] 이상으로 할 것. 다만, 법 제51조제1항에 따라 인정받은 공업화주택의 층간바닥은 예외로 한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 사진=머니투데이
공동주택 층간소음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 사진=머니투데이

◇주민자치로 갈등 해결…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송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층간소음 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졌습니다. 이번 법안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분쟁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입주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이 참여하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입주민,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관계전문가 등이 참여해 층간소음 민원 청취 및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분쟁을 중재 및 조정하며, 층간소음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김학용 의원 / 사진=뉴시스
김학용 의원 / 사진=뉴시스

아울러 국가가 공동주택의 개량 및 층간소음 저감재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할 수 있도록 하고 국토부 장관은 시·도지사가 선정한 층간소음 모범관리단지 중에서 층간소음 우수관리단지를 선정해 표창하거나 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학용 의원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심화돼 흉악범죄로 이어지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며 “이번 법 통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조속히 구성돼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을 실효성있게 조정·중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인턴 송영주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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